[창간특집-글로벌플레이어] 다문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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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1일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이 89만1341명으로 1년 전보다 23.3% 증가했으며, 전체 주민등록 인구(4935만5153명)의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90일 넘게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근로자가 43만7727명(49.1%)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국제결혼 이주자 14만4385명(16.2%), 국제결혼가정 자녀 5만8007명(6.5%), 유학생 5만6279명(6.3%), 상사 주재원 등 기타 17만1104명(19.2%) 순으로 나타났다. 국적별로는 조선족이 지난해보다 44% 늘어난 37만8345명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으며, 이어 동남아 22.2%, 중국 15.8%, 남아시아 3.7%, 미국 3.0%, 일본 2.7%, 몽골 2.4% 등의 순이다. 지역별로는 경기(31.2%), 서울(29.2%), 인천(5.5%) 등 기업이 밀집한 수도권에 65.9%가 집중됐으며, 국제결혼 이주자도 경기 27%, 서울 23.4%, 인천 5.9% 등 수도권(56.3%)에 거주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앞서 1990년부터 제조업과 서비스업 일부의 노동공급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 유입되며 외국인 수는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매년 결혼의 평균 10%가 국제 결혼이고, 농어촌 남성 평균 30%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있다. 통계청의 ‘2007년 결혼 통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남자·외국인 여자’의 결혼 건수는 △2002년 1만1017건 △2004년 2만5594건 △2005년 3만1180건 △2006년 2만9140건을 기록했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는 2008년 현재 불법 체류자를 포함해 모두 33만여명으로, 국내 경제활동 인구의 2%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은 주로 중소 제조업 혹은 서비스, 유통 부문에 대거 포진해 해당 업종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인식될 정도다.

 이처럼 외국인은 국내 인력 시장의 한 축을 이루지만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인식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국제결혼과 관련,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공문서에 ‘혼혈인’이란 표현을 ‘다문화결혼자녀’로, 또 교과서에 한국을 ‘단일민족 구성 국가’에서 ‘다민족 다문화 사회 구성 국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기업 “다문화 수용 박차” = 우리 사회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다문화·다인종’의 다양성의 사회에 진입했다는 방증이다. 92년부터 조선족이 국내 시골총각과 결혼하면서 본격화된 국제 결혼 증가로 다문화 가정의 2세가 조만간 국내 기업에 취직하는 일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이미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구별짓기’를 극복하고 보다 개방적인 사고로의 전환을 위한 시도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KT는 KBS와 협력, 다문화 가정 구성원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함양하고 원활한 사회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메가TV’를 통해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이에 앞서 KT(IT서포터즈)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위해 싱할라어 입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싱할라어는 스리랑카 공식어로 국민 대다수가 쓰고 있는 언어지만 아직 윈도 기반 입력 프로그램이 없다.

 싱할라어 입력 프로그램이 없어 불편을 겪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개발된 이 프로그램은 자바스크립트 기반의 가상키보드 형태로 제작돼 컴퓨터 기종이나 사양에 상관없이 키보드나 마우스로 손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LG데이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제1회 세계인의 날 행사(Bravo Migrant Contest)를 후원, 다문화 가정 내 외국인의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적응을 지원한 바 있다.

 스카이라이프와 웅진재단은 다문화 가족이 겪는 문화와 언어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 결속력 강화를 위해 24시간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태국 4개 국가 언어로 방송하는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은 각 나라 유행 음악과 민속 음악, 청취자의 사연과 신청곡을 접수·소개하고 국내 생활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오는 2009년에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일본, 몽골, 아랍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국제결혼 및 외국인이주노동자의 증가에 따른 국내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STX그룹은 3억원을 기부, 국내 최초로 ‘다문화어린이도서관’ 건립에 착수했다. STX그룹은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이 다국어와 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자,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은 물론이고 차별과 편견이 없는 사회적 통합을 이끌 수 있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인종·다문화 맞춘 기업문화 갖춰야”=기업 내 외국인을 위한 전용 시설 혹은 편의 서비스는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사업장의 인도인 엔지니어를 위한 전용 기숙사와 전용 식당이 대표적이다.

LG전자도 외국인을 위한 번역 서비스팀을 따로 두고 있다. 또 구미·창원 사업장은 인도·중국 등 외국 엔지니어를 위한 전용 식단을 따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외국인 인력의 유입이 고용 확대와 경제성장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어 적극적인 이민문호 개방정책을 추진한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 소수인종의 영향력 확대’ 보고서에서 “히스패닉과 흑인, 아시아계 등 미국 내 소수인종의 양적·질적 파워가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미 다인종·다문화사회에 진입해 향후 외국인근로자의 활용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인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상호이해와 수용의 폭을 넓히고, 국내의 성숙한 다인종·다문화 환경이 결국 자국민과 자국기업의 해외진출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글로벌화의 진전에 따라 국가 간 인구이동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3D업종 등 블루칼라뿐만 아니라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고급 외국인 인력의 유입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또 국내외적으로 소수인종 소비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 우리나라 기업이 이들을 타깃으로 한 별도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원배기자 adolfkim@

◆기고- 다문화 사회와 다문화 기업경영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외국인 수가 늘면서 다민족·다문화 사회의 논의가 활발하다.

 단일 혈통주의와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우리나라가 민족적·문화적으로 상이한 외국인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수용, 같이 살아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기업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다른 피부색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근로자를 발견하는 것은 이제는 그리 신기한 일도 아니다. 이처럼 외국인 혹은 외국인근로자는 이미 우리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다가오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의 인식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지난해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의식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동남아시아인을 같은 직장동료로 받아들이겠다는 비율은 1997년 68.5%에서 2007년 81.7%로 높아졌고, 동남아시아인을 자녀의 배우자로 받아들이겠다는 비율도 7.7%에서 15.6%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에 기초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외국인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바뀌고 있고, 그 수용성도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외국인을 얼마나 거리낌 없이 대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외국인에 대한 포용성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도 외국인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경제가 국제화되고 시장이 세계화되면서 외국인과의 접촉 없이 기업 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상품과 서비스를 해외 시장에 팔거나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현지에 생상공장을 만들거나, 외국인과 접촉하지 않고는 일을 진행할 수 없다. 따라서, 외국인과의 접촉은 이제 기업 활동의 일부분이고, 이러한 문화적 접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가 기업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IQ나 EQ가 높은 사람 외에도 다양한 문화적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관리를 할 수 있는가 하는 문화적 지능(cultural intelligence)이 높은 사람도 추가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기업과 관리자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 중의 하나는 국가 문화다. 각 나라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고, 각 나라의 문화에 따라 그 나라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그 나라를 이해하는 첩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러한 문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그 나라의 문화를 먼저 알고,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문화적 포용력을 배양해야 한다.

 또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각 나라의 국가 문화에 맞는 제도를 정비하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내 근로자에게는 아무리 효과적인 제도라 할지라도 문화가 다른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전혀 다른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우리나라 근로자에 대한 문화 교육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아무리 기업의 제도가 외국인근로자에 잘 맞게 설계돼 있어도 그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우리나라 근로자가 문화적 다양성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지 못하다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근로자를 직장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같이 일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외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해야 실질적 이해의 폭도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한국 문화 교육도 필요하다. 문화에 대한 이해는 양방향적인 것이어서 한쪽만 다른 쪽을 이해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인근로자가 우리나라의 언어, 습관, 관습 등을 잘 알고 이해하며 자신의 문화와 차이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나라의 경영방식에도 더 잘 적응할 수 있고, 한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이나 근로자 간 관계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의 추세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전 지구적 현상이 됐고, 외국인 그리고 외국문화와의 접촉 없이 제대로 된 기업 활동을 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를 두려워하거나 꺼리기보다 이러한 추세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는 말처럼 우리나라의 문화, 우리의 것을 세계 앞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세계화는 우리에게 좀 더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오계택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okt8941@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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