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이 마침내 5개월여 만에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유가가 두 자릿수를 기록함에 따라 물가 급등을 진정시키면서 침체에 빠진 내수 경기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여전히 유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량 높은 수준이고 하락은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것이어서 경기회복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88달러 떨어진 98.95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는 3월 14일 배럴당 100.18달러로 사상 첫 100달러대에 올라선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4월 9일 99.63달러를 마지막으로 5개월 이상 100달러 위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은 수요 감소와 달러화 강세, 투기자금의 상품시장 이탈 등에 따른 것으로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유가상승 요인으로는 허리케인과 중동정세 불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등이 있지만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란을 비롯한 OPEC의 강경 국가들이 감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유가 수준에서 감산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따라서 물가 급등과 경상수지 악화를 초래하는 등 우리 경제를 위협했던 유가가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먹구름도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 하락은 교역조건 개선으로 경상수지 적자 폭이 줄고 원·달러 환율과 물가가 안정되면서 내수가 살아나는 선순환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또 앞으로 유가 하락이 추가로 반영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증가세도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유가하락이 경기둔화에 따른 것이라는 측면에서 우려감도 제기되고 있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가하락은 기업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경기둔화로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경기 회복으로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 수출품인 IT가 유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기대감을 억누르는 요인이다.
이창민 중소기업연구원 주임연구원은 “원자재가격 하락은 분명 기업에는 플러스요인이지만 IT 등 대부분의 기업이 과거에 비해 유가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며 “이번 유가급락이 중소기업 등의 체감경기에 크게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섣부른 기대는 이르지만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든다면 정부가 경기부양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 완화로 정책당국이 통화정책이라는 수단을 쓸 수 있는 숨통을 틔웠다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당국이 통화정책으로 경기부양이라는 카드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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