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장품] 장인어른이 직접 쓴 붓글씨 성어(成語)

 2000년 당시 나는 올림푸스한국을 맡기로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검토를 거듭해야 하는 처지에 있었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맡은 업무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당시 고객이었던 올림푸스 본사로부터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고 결정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올림푸스한국을 설립하게 됐고 나만의 계획과 포부, 또 그에 부응하는 결과치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2001년 당시 아직 자리잡지 못했던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선점해 확산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내시경을 포함한 의료사업에 진출하고 자회사 ODNK를 설립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는 과정에는 많은 고민과 도전, 결단이 필요했다.

 결단의 시기 때마다 나에게 힘을 주었던 것은 장인이 올림푸스한국 설립 당시 직접 써주었던 글귀 ‘무외(無畏)’였다. 장인어른은 ‘두려움 없이 준비해 나가라’는 가르침을 오랜 세월 갈고 닦으신 붓글씨로 한 장의 한지에 정성껏 적어 주며, 가슴으로 묵묵히 지원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글귀는 언제나 나에게 다시 한번 용기를 주었고 자신감을 갖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 왔다.

 한학과 서예에 조예가 깊은 장인은 큰 결정을 해야 하거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면 이 글귀 외에도 의례 지침이 될 만한 좋은 글귀를 써 우편으로 보내 줬다. 요즘도 가끔 글을 써서 주곤 하는데, 아직도 봉투를 뜯을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내용일지 아이처럼 설렌다. 장인어른에게서 받은 첫 글귀는 1991년 우리 부부의 결혼을 기념한 ‘일운풍우서상화감(日雲風雨瑞祥和甘)’이다. 이 글귀는 ‘해가 뜨나 구름이 끼나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상서롭고 행복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2006년에 새해를 맞이해 써 주었던, ‘일거월저(日居月渚, 인생은 덧없고 쉬지 않고 세월은 간다)’라는 글귀는 일년 내내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헤쳐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새삼스럽지만, 항상 과거를 되돌아볼 때면 올림푸스한국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과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힘은 곁에서 내 결정을 끝까지 믿어준 가족들이었다.

 특히, 백 마디 말씀보다는 이렇게 한 구절의 글귀로 말씀을 전해주곤 하는 장인의 무한한 사랑과 믿음은 든든한 지원이었다. 장인의 글귀야 말로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며 기업을 경영하는 데에도, 더불어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다.

 올림푸스한국 방일석 대표 isbang@olymp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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