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가 올 들어 검찰의 잇따른 전산시스템 납품 비리 수사로 윤리경영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등 극도의 몸조심을 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이 올해 공기업 수사의 일환으로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와 자회사인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의 납품 비리를 조사한 데 이어 한전 ERP시스템 납품 비리 수사도 진행하는 등 전산시스템 납품 비리 사슬을 파해치고 있다.
검찰은 코스콤 전산시스템 납품 비리와 관련 전 노조위원장 김모씨(46)와 정모씨(45), 전 네트워크사업팀장 손모씨(46)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조사 결과 이들은 2004년 5월 노트북 납품업체로부터 납품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판매알선 및 유지보수 업무를 위탁받은 것처럼 계약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87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노조위원장을 그만둔 2006년 전산장비시스템 업체로부터 계약협상 관련 청탁을 받고 당시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던 정씨에게 1억원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검찰은 한국전력공사의 전산시스템 납품비리 의혹도 수사, 공사 수주 등 각종 편의 청탁과 함께 돈을 챙긴 혐의로 한전 관리본부 과장 나모씨(41)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나씨는 2004년 12월∼2007년 4월 한전에서 전산시스템 개발·운영 및 공사 발주 업무를 하면서 전사적 자원관리(ERP)컨설팅 전문 업체 T사 측으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과 함께 모두 9차례에 걸쳐 2억 3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공기업 수사와는 별도로 검찰은 최근 국방부 광대역통합망 사업과 관련 전산업체로부터 납품 청탁과 함께 2억 3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 수재)로 유한열 고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이밖에도 검찰은 한국관광공사 카지노 보안장비 납품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검찰이 이처럼 전산시스템 납품 비리 수사에 잇달아 착수하자 IT기업들은 최근 윤리 경영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보다 강력한 윤리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비리 발생 소지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SDS 등 대형 IT서비스 기업들은 기존에 마련한 윤리 시스템을 다시 재점검하고 위기 대처 매뉴얼을 강화하고 있다. 한 중견 IT서비스 기업은 최근 윤리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고 솔루션 중심의 IT서비스로 전환하는 등 납품 비리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모습이다. 올해 협력업체와의 납품 비리 수사로 홍역을 치룬 HP는 강화된 실사 규정, 파트너 관리 규정을 협력사에 통보하고 시행에 들어가고 있다.
IT서비스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검찰이 전방위적으로 전산시스템 납품 비리 수사를 강화하면서 내부적으로 더욱 윤리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며 “납품 비리 수사가 IT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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