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절대강자 없는 `틈새 사이트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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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SNS서비스를 사용하다 보면, 한국 서비스와는 다른 차이에 놀라게 된다. 역시 인터넷 서비스는 글로벌형 비즈니스보다는 로컬형 비즈니스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준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비즈니스는 진정한 글로벌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는 업계 종사자는 적을 것이다. 일본·한국·중국처럼 고유의 언어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로컬 비즈니스의 경향이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한 예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근한 1인 미디어 ‘싸이월드’도 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도 독특한 서비스다. 일본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도 이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인 우리가 보면 독특하고 낯선 부분이 많다.

◇절대강자 없는 무한경쟁 시장=일본의 SNS시장은 한국보다 훨씬 치열하다. 한국의 싸이월드와 같은 절대강자는 없다. 한때 일본 SNS의 대표격인 믹시(Mixi)가 일본 시장을 통일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모바일·음악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 후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일본 최대 커뮤니티·SNS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믹시는 2004년 2월에 오픈한 일본의 대표 SNS다. 유저가 자신을 알리는 프로필 페이지가 있으며 다른 유저와 친구를 맺고, 사진이나 글을 올려 서로 교감하는 등 기본적인 기능은 한국의 싸이월드와 비슷하다. 최근 모바일 기반 서비스가 급성장해 모바일이 PC 기반 사용률을 추월한 상태다.

믹시의 가장 큰 특징은 ‘간결함’이다. 싸이월드와 같은 ‘꾸미기’ 기능이 없다. 모두 오렌지 톤의 동일한 모양의 프로필 페이지를 사용한다. 당연히 ‘도토리’와 같은 사이버 머니도 필요없다. 주요 수익원은 광고다.

사생활 노출을 극히 꺼린다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믹시 사용자는 본명을 사용하지 않는 일이 많으며, 본인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업로드하는 일도 드물다.

믹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장세의 둔화다. 지속적으로 회원 수는 늘고 매출액도 증가하고 있으나 한국 대비 2배 이상의 인터넷 인구가 있는 일본에서 1500만명의 회원수는 싸이월드의 2200만에 비해 크게 적다.

또 모바게타운·그리 등 모바일 분야에서 거센 도전장을 내민 서비스들과 경쟁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과제다. 이를 위해 음악 기능을 강화하고 모바일 사이트 리뉴얼, 해외 진출 준비 등 성장 모멘텀을 찾고 있다.

◇‘모바게타운’과 ‘그리’의 추격=디엔에이(DeNA)사의 ‘모바게타운’은 지난 2006년 3월 일본 인터넷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서비스다. 믹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SNS 시장을 평정할 것으로 보였던 시점, 모바게타운은 모바일 SNS와 무료 캐주얼 게임이라는 결합으로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약 1년 만에 회원 수 300만명을 돌파, 현재는 1000만명에 육박하는 모바일 분야의 거대 SNS사이트로 성장했다.

이들의 특징은 바로 ‘아바타’ 유료 아이템 모델이다. 모바게타운 서비스로부터 나오는 전체 수입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을 통해 전파된 ‘아바타’는 한국에서는 그 자취를 감췄으나, 모바게타운을 비롯한 여러 게임 커뮤니티에서 돈이 되는 사업 모델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모바게타운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만큼, 사회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감시 및 규제 강화를 초래했다. 일부 회원들 사이의 이탈이 시작됐으며 ‘프지게프렌즈’ ‘대집합NEO’와 같은 비슷한 컨셉트의 후발 사이트들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Gree)’는 믹시보다 1개월 먼저 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믹시와 격차를 보이며 만년 2위에 머물러 있었다. 2007년도 초까지 회원 수 100만 이하였던 그리는 일본 제2의 모바일 커리어인 KDDI와 손잡고 모바일에 힘을 쏟기 시작한 이후 빠르게 성장, 지난 5월에는 회원 수 500만을 넘으며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해외태생 서비스, 틈새시장 공략=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일본의 틈새시장 즉, 니치 마켓이다. 일본은 인구 1억 3000만에 8000만명의 구매력이 높은 인터넷 이용자가 있는 시장이다.

다양한 인간들이 오글오글 살아가고 있는 시장으로, 니치 마켓이 여럿 존재하고 있다. 수많은 사이트들이 특화된 SNS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중이다. 이들 중 눈에 띄는 세력은 바로 해외 태생의 SNS들이다.

세계 최대 SNS ‘마이스페이스’는 일본 IT업계의 거인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고 음악 SNS로 특화시켜 일본 시장에 2006년 11월에 참여했다. 구체적 수치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시원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지난 5월에는 33개의 음악 레이블과 계약 체결을 발표하는 등 음악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마이스페이스에 이어 세계 2위 SNS의 규모를 자랑하는 페이스북도 일본 시장에 지난 5월 새롭게 도전장을 내놓았다. 실명 사용을 유도하며 건전한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한국의 대표주자 ‘싸이월드’는 2005년 12월에 일본 서비스를 오픈했다. 올해는 ‘싸이월드’라는 일본 내 한류 마니아에 호소하는 강력한 브랜드를 무기로, 한국 문화의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는 한국 문화 SNS로 전환해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 개척에 나섰다.

◇PC·모바일 컨버전스, 승리의 관건=변화무쌍한 인터넷 업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만의 기호를 지켜나가는 개성있는 일본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서, 경쟁상황을 뚫고 SNS시장을 평정하는 승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싸이월드는 우선 니치마켓을 평정한 뒤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 새로운 PC·모바일 컨버전스의 결합이 다음 스테이지의 승자를 가리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일본(도쿄)=나영호 SK커뮤니케이션즈 글로벌사업개발팀 일본법인 담당 kogumalove@skcomms.co.kr

일본 인터넷 서비스의 일반적 특징

일본은 모바일 인터넷의 천국이다. 일본 총무성이 2006년 말 조사한 ‘통신이용동향조사’에 따르면 일본에는 PC를 통한 인터넷 사용자는 8055만명, 모바일 단말기를 통한 인터넷 사용자는 7086만명이다(이 가운데 6099만명은 중복 응답자).

PC만큼이나 모바일 단말기를 통한 사용자가 많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의 플랫폼에서 접속 가능한 인터넷 규격이 다르다. 일본에는 사실상 PC 기반과 모바일 기반 두 가지의 인터넷 서비스 영역이 존재하고 있다.

메이저 업체는 두 가지 기반에서 모두 서비스 하는 일이 많으나 한쪽 기반에서만 제공하는 서비스도 무수히 많다. SNS도 PC에 강점을 둔 서비스와 모바일에 강점을 둔 서비스가 각각 존재한다.

두 번째 특징은 일본의 인터넷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서비스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본인확인절차가 일본에는 없다. e메일과 기본적인 신상정보만으로도 서비스에 쉽게 가입할 수가 있다.

이는 SNS처럼 유저가 직접 글을 올리는 서비스에서 유저들이 보다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반대로 서비스 업체 측에서는 이들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한국보다 감시·운영 측면에서 더욱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인터넷에 대한 사회와 개인의 인식이다.

일본에서는 인터넷을 우리나라보다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성향이 강하다. TV에서는 인터넷 서비스, 특히 SNS와 같이 사람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오가는 서비스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내용이 자주 방송된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일본의 대형 서비스 업체들도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감시를 늦추지 않고 있다.

서비스 사용에 관련된 규정도 까다롭게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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