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는 `빙그레` 반도체는 `시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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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호황을 구가하는 LCD 시장과 긴 불황의 터널에 빠진 반도체 시장의 여파가 장비업계에 그대로 미치고 있다. 국내외 패널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집중된 LCD 시장에선 장비업체들이 더할 나위 없는 실적을 누린 반면에 투자가 실종된 반도체 시장에서는 장비업체들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특히 당초 기대했던 7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 일부도 내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어 커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들에는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도 LCD 장비를 주력으로 삼은 업체들은 대부분 뚜렷하게 실적이 호전된 반면에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들은 바닥을 맴돌았던 것으로 예상됐다. LCD 세정장비 전문업체인 디엠에스(대표 박용석)는 지난 2분기 680억원 이상의 매출액과 15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65.4%,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고, 영업이익도 작년 적자에서 대규모 흑자로 반전된 규모다.

문현식 메리츠증권 팀장은 “디엠에스는 해외 매출 비중이 유난히 높아 엔화강세 덕도 많이 봤다”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LCD 액정주입장비(디스펜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한 탑엔지니어링도 놀라운 실적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탑엔지니어링은 지난 2분기 288억원의 매출에 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분기에 비해 매출액은 81.5%, 영업이익도 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역시 대만 LCD 패널업체들의 수출비중이 높은 이 회사도 환율 영향을 톡톡히 본 것으로 보인다.

케이씨텍(대표 이순창)도 매출 426억원과 영업이익 59억원을 기록, 대폭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측됐다. 비록 2분기 하이닉스의 소극적 설비투자로 매출액은 분기 초 예상치에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전분기·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 이익은 각각 7.5%, 34.6% 정도 상승한 수준이다.

반면에 전통적으로 반도체 장비가 주력인 업체들은 기대 이하의 실적에 머물렀던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분기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은 전 분기보다는 다소 나아진 406억원의 매출과 1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LCD·태양광 장비 사업이 호조를 이어갔지만 국내외 반도체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인 한미반도체(곽노권)는 지난 2분기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8%, 63%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파이컴(대표 이억기)도 170억원 규모의 매출액에 영업이익은 8억원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 투자가 올해 말은 돼야 회복된다는 점에서 장비업체들의 실적 개선은 내년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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