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경기는 9회 말 투 아웃부터’
지난해 극심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시장 위축 속에서도 주성엔지니어링은 오히려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모두가 위기라고 느끼는 시점에 태양전지 장비라는 든든한 대타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기에 빛을 발한 주성의 작전구사 능력이 그들의 소프트볼 동아리 ‘주성 에스비엘(SBL)’에서 비롯됐다고 한다면 억측일까.
경영지원본부의 소규모 모임에서 시작된 SBL은 지난해 총 130명이 참여하는 사내 대표 동호회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신입사원 교육수료 마지막 일정에 SBL 경기가 열리는가 하면, 주말에 가족과 함께 경기를 하는 등 SBL은 주성의 ‘이벤트 메이커’로 발전했다.
처음 소프트볼 동호회를 구상한 강태광 경영지원본부 부장은 “바쁜 업무 속에서 몇몇 사원만이 즐기는 놀이로 시작됐지만, 타 부서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지금은 전체 사원의 30% 이상이 참가하는 대표 동호회로 성장했다”며 소프트볼 동호회의 인기를 설명했다.
SBL 회원들도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 장비 등 사업 부문별로 이뤄지는 정기 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부서가 업무 실적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며, 경기를 통해 다져진 팀워크가 업무 효율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지난해 정기 리그 돌풍의 주역은 단연 태양전지장비 개발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경영지원본부와의 게임에서 10 대 2로 뒤지다 9회 말 투 아웃 끝에 결국 역전승하며 주성의 새로운 에이스로 등장한 것이다. 그 팀원들이 지난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기업 주성의 사업영역을 태양전지장비 부분까지 확대시킨 주인공이다.
최고의 리그에는 스타급 플레이어도 있게 마련. 조영식 재경팀 과장이 SBL의 유일한 홈런타자로서 인기를 끌고 있다면 23타수 무안타 기록을 보유한 서창수 대리 또한 최근 전 타석 삼진아웃으로 자신의 인기에 화답(?)하고 있다.
문진욱 기술기획팀 주임은 “전문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뜬 공을 잡다 두 명의 선수가 부딪히는 실수를 해도 관중의 야유 대신 직원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다”며 SBL 예찬론을 폈다.
쟁쟁한 외산업체들 사이에서도 국내 선두 장비업체로서의 기반을 공고히 다진 주성엔지니어링. 험난한 장비시장에서 연신 ‘플레이 볼’을 외치는 그들의 패기는 9회 말 마지막 순간, 항상 역전 찬스를 믿는 SBL의 정신과 닮아 있다.
안석현기자 ahng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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