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EA 시스템 졸속 구축 우려

 ‘정보시스템의 효율적 도입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일명 ITA/EA법)’이 마련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주요 대상 공공기관 84개 중 ITA/EA 시스템을 도입한 정부산하기관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ITA/EA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도시계획을 짜듯 조직 전체를 포괄하는 정보화 종합설계 체계로, 3년 평균 정보화 예산 규모가 20억 원 이상이거나 신규 정보화 투자규모가 100억 원 이상인 기관이 대상이며 2009년까지 의무적으로 구축을 완료해야 한다.

 현재 ITA/EA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IT업체 수가 많지 않고 시스템 구축에 최대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올해부터 내년까지 구축 수요가 크게 몰릴 경우 졸속 구축 우려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본지가 한국정보사회진흥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한 84개 공공기관에서 29개의 기관만이ITA/EA를 도입했거나 도입하는 중이다. 중앙기관과 시·도·지자체를 포함하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작업은 기관 규모와 투입 인력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6개월 정도 걸리며 완전히 고도화되려면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의무 도입까지 1년이 안남은 상황에서 현재 도입이 안된 공공 기관의 경우 시간에 쫓겨 형식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 관계자는 “현재 기본 정보화종합설계도만 지니고 있는 기관이 많아 내년 예산을 편성해 도입한다는 기관이 많다”며 “ITA/EA를 구축할 수 있는 전문민간업체가 몇 개 되지 않는데, 내년에 한꺼번에 몰리면 졸속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바뀌면서 통폐합되는 부서도 문제다. 해양수산부의 경우, 작년에 3단계 아키텍처 구축을 완료하고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을 들었다. 건설교통부 또한 약 10억원 예산을 들여 2단계를 구축하고 활용성 방안을 논의중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국토해양부로 합치면서 전면 재조정해야되는 일이 발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도입 다음이 더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키텍처의 레벨에는 4단계가 있는데 현재 한국정보사회진흥원에서 권고하는 아키텍처 구축은 2단계까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정보사회진흥원 ITA측 담당자는 “작년에 구축한 기관 중 우수사례도 많을 뿐 아니라 구 정보통신부와 행정자치부에서 나눠 맡았던 ITA/EA 사업이 하나로 합쳐져 이제 가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정윤기자 jy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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