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업계가 요동친다. 노키아의 독주 속에 세계 3위 모토로라가 휴대폰 사업 분리 또는 매각을 검토 중이다. 유일한 노키아 견제 세력인 삼성과 신흥강호 소니에릭슨, LG가 영향력을 넓혀가는 가운데 전통적인 PC 강자인 애플과 델이 새로 가세했다. 세계 IT 지도를 바꾼 구글도 기웃거리면서 통신서비스와 플랫폼 주도권 경쟁도 치열하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다. 누구라도 여기서 밀리면 모토로라처럼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목차>
1. 시위는 당겨졌다
2. 새 얼굴이 온다
3. ‘소프트파워’로 판가름난다
1월 마지막 날, 모토로라는 휴대폰 종가의 자존심을 버렸다. 이날 휴대폰 사업 분리 검토를 밝혔다. 모토로라의 거듭된 휴대폰 사업 의지에도 불구 “노키아와 삼성과 경쟁에서 한계에 도달한 휴대폰 사업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외 휴대폰 업계는 모토로라의 사업 구조 개편에 들썩였다. 모토로라와 경쟁이 한창인 삼성은 물론이고 글로벌 톱3 진입을 목표로 세운 LG는 안테나를 높이 세웠다. 북미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업체나 전자왕국 재건설을 꿈꾸는 일본 가전업체들은 군침을 흘릴 만하다. 노키아도 팔짱을 끼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모토로라의 부진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노키아와 소닉에릭슨이, 미주지역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혜를 입었다”며 “모토로라의 M&A 향방은 업계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온갖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이유다.
중국의 하이얼이나 화웨이, 일본의 소니에릭슨, 미국의 애플 등이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 인수자로 거론된다. 북미 시장과 휴대폰 사업 진출을 노리는 글로벌 IT업체들이다.
◇무주공산인 북미 시장이 변수=전문가들은 이 어려운 퍼즐의 해법을 모토로라의 안방 북미 시장에서 찾고 있다. 모토로라가 안방을 잃으면 휴대폰업계의 구조조정은 속도를 낼 것이고, 반대의 경우 상당 기간 혼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모토로라는 북미 휴대폰 시장의 3분의 1가량을 점유했다. 삼성과 LG가 모토로라의 절반 수준에서 뒤를 이었다. 세계 최강 노키아는 시장점유율 10% 안팎에 불과하다. 소닉에릭슨은 북미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1강(모토로라)·2중(삼성·LG)·2약중(노키아·소니에릭슨)의 구도다.
일단 모토로라 경쟁업체들로선 기회를 맞았다. 분사든 그대로 껴안고 가든 상반기 내 모토로라의 정상 가동은 힘들다. 매각하면 회복시간은 더 걸린다. 노키아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올리페카 칼라수노 노키아 CEO는 지난달 실적발표 자리에서 “올해 미국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것”이라며 북미 시장 제품군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미야마 소니에릭슨 CEO도 “GSM방식으로 기종을 다양화해 미국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삼성·LG에 기회는 왔지만…=세계 휴대폰업계의 눈길은 우리나라 업체에 집중됐다. 삼성과 LG는 모토로라만 무너지면 북미 시장의 새로운 맹주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고위관계자는 “북미 시장의 이동통신사업자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넓혀왔다”며 “모토로라의 고전은 우리나라 업체의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G의 전략이 주효하게 되면 모토로라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분사보다 매각 쪽으로 더 기울게 된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소니에릭슨과 같은 일본 전자업계가 모토로라를 인수할 경우 시장의 충격이 가장 클 것”이라며 “모토로라가 미국 기업의 상징이어서 HP·애플·델 등 미국 기업이 강력한 M&A 파트너로 떠오를 수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모토로라가 예상보다 빨리 체력을 회복하면 상황은 급반전할 수 있다. 모토로라가 북미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치고 나오면 우리 업체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모토로라는 우리 업체에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휴대폰업계는 모토로라가 매각으로 갈 대 쏟아져 나올 재고 휴대폰을 벌써 걱정한다. 피를 말리는 가격 경쟁을 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나 삼성이라면 몰라도 나머지 업체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제2의 모토로라가 나올 수도 있다. 업계가 제일 걱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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