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1](182)소리의 신비

얼마 전 한국과학기술원 김양한 교수팀은 특정 개인에게만 소리를 들리게 하는 ‘음향 집중형 개인용 음향시스템(sound focused personal audio system)’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소리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고 사용자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만든 장치다. 귀를 아프게 하는 이어폰이나 헤드세트를 쓰지 않아도 나 혼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소리가 근본적으로 파동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2개 이상의 파동은 서로 섞여 간섭현상을 일으키는데 위상이 같은 파동끼리 만나면 커지고, 위상이 반대인 파동끼리 만나면 작아진다. 커지는 경우를 보강간섭, 작아지는 경우를 상쇄간섭이라고 부른다. 김 교수의 스피커는 청취영역에서만 보강간섭이 일어나고 다른 장소에서는 상쇄간섭이 일어나도록 만든 것이다.

사실 간섭현상으로 소리를 제어하려는 시도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 대표적인 시도가 듣기 싫은 소음을 제거하는 ‘능동소음제거(ANC: Active Noise Control)’ 기술이다. 이것은 소음과 반대 위상의 소음을 만들어 소음을 없애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채석장의 근로자는 엄청난 소음에 시달리는데, 쇄석기의 소음을 녹음해 이와 반대되는 위상의 소음을 근로자에게 들려주는 식이다.

생리적으로 소리가 제거되는 현상도 있다. ‘마스킹 효과(masking effect)’는 한 소리에 의해 다른 소리가 가려져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먼저 물을 내리고 소변을 보면 소변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음으로 소음을 덮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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