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티벳 옌징 여인의 고민

 티벳의 ‘차마고도’. 차마고도란 중국의 차(茶)와 티베트의 말(馬)이 오가면서 붙은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선 한 방송사의 기획보도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차마고도는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서 중국에서 티벳을 지나 네팔·인도까지 이어지는 약 5000㎞의 거대한 문명 교역로다.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험준하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길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명 교역로인 차마고도의 중심엔 ‘옌징(鹽井)’이란 마을이 있다. 한자를 풀이하면 말 그대로 소금 우물이 있는 마을이다. 해발고도 4000m 이상인 란찬 강변에서 바닷물이 솟아나오는 것은 원래 바다였던 지형이 융기되면서 바닷물이 지하에 매장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옌징 주민은 황토물인 란찬 강변의 우물에서 바닷물을 퍼올려 바람과 햇빛을 이용, 소금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는 투박하면서도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특이한 점은 고된 염전 일은 오로지 여성 몫이란 것이다. 짠물이 물통 무게는 평균 35㎏ 이상에 달한다. 옌징 여인은 이 무거운 물통을 지고 가파른 길을 하루에 100번가량 오르내리면서 염전에 소금물을 붓는 반복 작업을 한다.

 옌징 여인은 고된 염전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있다. 외지인이 보기에는 안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인들은 1000년 넘게 남성조차 힘든 염전 일을 맡아왔기 때문에 불만이 없다고 한다. 고된 삶 속에서 자기 세계를 묵묵히 지켜온 옌징 여인에게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다. 중국 정부가 수년 내 란창강에 댐을 건설, 물이 불어 조상 대대로 지켜온 삶의 근원인 염전이 졸지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을 두고 환경 파괴 논란이 적지 않게 일고 있다. 특히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국민이 찬성보다 더 많다. WS저널은 사설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쓸데없는 낭비며 엄청난 돈과 환경 오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혹시라도 먼 이국 땅 옌징 여인의 소박한 고민이 우리 국민에게 그대로 전이되는 상황이 오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안수민 솔루션팀 차장,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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