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차세대 통신미디어­IPTV

 ‘방송(Broadcasting)’. 100년 가까이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온 단어다.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고 희로애락을 안겨주고 때로는 사회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단방향적인 한계가 있다. ‘광범위하게(broad)+던지다(casting)’는 의미 그대로다. 그들이 쏘면 우리는 일방적으로 볼 뿐이다.

 방송이 통신을 만났다. 새로운 미디어 세상이 열렸다.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망에 따라 엄청난 대역폭을 갖는 인터넷은 방송을 탈바꿈시킨다. 채널 수 제한도 없고 방영 시간에 맞추려고 허겁지겁 달려올 필요도 없다. 내가 원하는 맞춤형 정보를 주문하고 콘텐츠제작자와 실시간 대화를 한다. IPTV로 대표되는 ‘차세대 통신미디어’는 우리 삶의 패턴 자체를 송두리째 바꿀 파괴력을 지녔다.

 ◇엄청난 산업적 파급력=IPTV는 우리 삶을 바꿔놓을 뿐 아니라 산업 전반적으로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콘텐츠를 담아보낼 망을 고도화하는 작업이 수반되고 스토리지·셋톱박스·스위치 등 다양한 부가 장비산업이 육성된다. 콘텐츠제작자는 소비자에게 다가갈 무한대의 채널을 확보함으로써 하나의 콘텐츠로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IPTV가 우리의 신수종산업인 이유다.

 국제 시장조사 전문기관 아이서플라이는 IPTV 서비스 매출이 2011년 26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06년 7억7920만달러보다 34배 이상 늘어난다. 무한한 광고 수입과 부가서비스 매출은 포함하지도 않은 수치다. 우리 정보통신부도 2006∼2012년까지 IPTV 도입으로 인한 생산 유발효과가 12조9000억원, 고용효과는 7만3000명으로 예상한 바 있다.

 ◇화두는 역시 IPTV=최근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국내 IT전문가 227명을 대상으로 ‘2008년 IT산업 전망’을 조사하자 78.4%인 178명이 IPTV를 내년 IT산업 이슈의 핵으로 예측했다. 국내 업체는 이미 TV포털로 불리는 프리IPTV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하나로텔레콤 하나TV와 KT 메가TV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고 최근 LG데이콤도 myLGtv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KT가 메가TV에 2800억원, 관련 콘텐츠 강화를 위해 13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3사 투자액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달려가는 경쟁자=이 같은 움직임은 그러나 해외 선진기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최근 AT&T는 자사 IPTV 서비스인 ‘U버스(U-Verse)’에 내년에만 50억달러(약 4조697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여타 선진국도 IPTV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중이다.

 반면 우리는 케이블업계 등 기존 방송진영의 강력한 반발 등으로 더딘 행보다. 밥그릇 싸움이다. IPTV를 바라보는 시선이 지나치게 과거지향적이기 때문이다. 방송매체로서의 IPTV 특성은 기본이지만 지나치게 매몰되면 안 된다.

 IPTV는 단순한 방송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적인 남북회담 장면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전 세계 시청자로부터 실시간 의견을 모을 수 있다. 시청자 전수조사가 가능한 인터넷의 특성에서 파생될 부가수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존 방송업계는 IPTV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봐야한다. IPTV업계도 스스로 기존 방송이 할 수 없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