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신기업문화가 기업을 살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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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구글의 입사 지원자 수는 47만명. 2006년 브랜드 가치 1위, 72.8%의 매출성장률, 세후 순이익 40억달러 등의 표면적인 지표는 물론이고 상업적이라고 비판받는 배너광고 배제, 오픈소스를 주창하는 차별화되는 기업이미지, 업무의 20%를 자기계발에 투자할 수 있게 해주는 독특한 기업문화가 전 세계 창의적인 젊은이를 이곳으로 유도했다. 경쟁사들에게 이러한 소식은 악몽이다. 좋은 인재들을 싹쓸이하기 때문이다.

 전략적 자산으로서 기업문화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전 세계가 글로벌화되고 인터넷, 무선통신 등으로 하나의 단일 공간으로 바뀌면서 기업들의 차별화된 노하우는 더 이상 혼자만에 독보적인 자산이 아니다. 국내 기업이 전시회에 컨셉트 개념의 제품을 전시하면 막상 해당 제품을 출시하기 이전에 모조품이 도는 세상이다. 국내 기업이 세계 최고의 생산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반도체·LCD 분야는 생산장비의 표준화와 기술 발전에 따라 후발기업들도 몇 달 내에 손쉽게 수율을 따라잡곤 한다. 6시그마, JUST IN TIme(JIT) GE, 도요타의 선진 품질 관리기법은 전 세계 제조업체의 표준이 됐다. 독특한 경영노하우도 빠르게 소프트웨어화되면서 더 이상 차별화된 노하우가 아니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은 기업 문화로 대변되는 내면화된 가치관, 사고방식, 행동양식 등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감성 등 소프트 요소가 중시되는 지식산업사회가 본격화되면서 차별화된 개성과 이미지를 창출하는 기업 문화의 중요성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포천지에 따르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장기 수익성은 일반 고성과 기업의 2∼3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업문화와 성과 간 상관관계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제조기업 중 하나인 GE는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새로 취임한 지난 2002년 경영방침을 수정했다. 기존의 수익성·내부효율 중심의 경영방침으로 5% 미만의 낮은 성장률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GE의 이멜트 회장은 “우리의 DNA(기업문화)가 변하지 않으면 지속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새로운 경영방침은 유기적 성장전략이다. 혁신과 내부역량 축적에 의해 자체적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가능한 신사업을 창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평범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기 위해 대대적인 기업문화 변화를 추진했다. 경영리더(사업본부장)를 중심으로 창의성과 혁신 아이디어의 개발을 고취시키는 상상력 돌파(Imagination Breakthrough)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새로운 리더상을 제시하고 육성했다. 새로운 기업문화가 제대로 정착되기 이전인 지난 2002년, 2003년 각각 4.0%, 0.9%에 그쳤던 매출 성장률이 지난 2004년 이후부터는 매년 10% 이상으로 높아졌다.

 회사 내부를 파고들면서 미첼리 박사는 스타벅스의 진정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년 전 미국 시애틀에서 조그만 커피점으로 시작해 현재는 매주 전 세계 3500만명이 이 체인점을 애용하는 스타벅스. 스타벅스에서는 직원들을 ‘파트너’라고 부른다. ‘종업원’이 아닌 ‘동업자’로 규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회사는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일부 경영진에게만 돌아가는 스톡옵션을 매장 직원들에게까지 배분했다. 또한 근무환경의 개선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조직을 관리해야 한다. 스타벅스의 경영진은 파트너들을 배려해 열정과 창의력을 불러일으키고, 파트너들은 자기가 받은 존중과 존엄성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그러한 선순환은 고객에게 기분 좋은 ‘경험’이 되어 궁극적으로 회사에 큰 이윤을 안겨주고 있다.

 이메이션의 국내 법인인 이메이션코리아는 직원들에게 공짜로 책 값을 지원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 이장우 사장은 사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IMF를 맞아 회사의 존립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전 직원에게 아무 조건 없이 원하는 책을 마음껏 사다보라고 권했다. 모든 책값은 회사에서 부담했다. 힘들 때일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혁신을 위한 연습이 필요하고 연습을 하려면 당연히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로 창조룸을 만들어 ‘유쾌한 이노베이션은 유쾌한 일터에서 나온다’는 아이디어를 실현시켰다. 또 한 달에 한 차례씩 전 직원이 모여 업무현황과 재정적 상황에 따라 자유토론을 하는 ECM(Employee Communication Meeting)은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이 회사는 IMF 위기 상황을 직원들의 열정과 창의력으로 극복했고 시장 악화에도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대기업도 새로운 성장 엔진을 지필 대안으로 신 기업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MF 이후 관리, 성과 지향주의, 신상필벌 등으로 대변되는 대기업 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직원들과 고객으로부터 존경, 자부심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은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문화는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부상했다”며 “기업 문화 변화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CEO의 오너십 발휘가 필수적이며 지속적으로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