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 체신부, 정통부,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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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후보가 17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곧바로 인수위가 뜨고 정부 조직개편이 시작된다. 관가는 이제부터 ‘전쟁 모드’에 돌입한다. 부처 통폐합이란 절체절명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5년마다 겪는 일이다. 이골이 날만도 한데 정보통신부는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방송통신위 출범을 통고받았다. 우정 분야는 이미 절반쯤 조직에서 떼어냈다. 우정청이 독립하고 방통위가 구성되면 부처로서 존속가치를 의심받게 된다.

 사실 정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부처 개편은 체신부의 정통부 변신이다. 90년대 일이다. 우편배달 이미지의 체신부가 상전벽해를 이뤘다. 국가 정보화의 사령탑으로 IT 신화를 창조했다. 최첨단부처로 늘 앞서갔다. 시대정신을 읽고 그것을 멋지게 소화해낸 관료들의 노력 덕분이다. 역대 대통령이 외국에 자랑하는 거의 유일한 분야가 IT였다. 덕분에 행시 상위권 합격자의 지원이 줄을 이었다. 조직의 선순환구조가 정착됐다. 그 정통부가 14년 만에 다시 변신을 강요받고 있다. 정보화라는 1단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지만 다시 새로운 시대정신과 트렌드에 맞춰야 한다.

 알려진 바로는 둘 중 하나다. 아예 통폐합 대상으로 간판을 내릴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덩치가 확 줄어든 채 신장개업하는 수순이다. 그나마 정통부는 사정이 좀 낫다. 앞날이 예측 가능하다. 방송통신위라는 확실한 방향이 있다. 우정청 독립도 마찬가지. 대응 논리 개발의 접근성이 확보된다. 비빌 언덕이라도 있는 셈이다. 여타 IT 유관부처는 오리무중이다. 통폐합의 회오리가 어떻게 불어올지 아직 모른다. OECD 국가로서 정부의 산업 진흥 부문은 포기하라는 압력이 거세다. 우리 대기업은 이미 글로벌 톱 랭킹의 경영 역량을 갖고 있다. 인력 관련 문제는 교육부처로 몰면 된다. 통상은 외교로 가면 무리가 없다. 오히려 중소기업청을 확대 개편해서 신정부의 지향성을 드러낼 소지가 많다. 이쯤되면 정통부 역시 별로 남는 게 없다. 위원회 정도로 몸집을 줄여 존속시키자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물론 정부의 고유 업무는 어딘가에 존치될 것이다. 방송통신위가 정통부를 통째로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관료들의 희망처럼 정통부와 방송위의 일대일 통합은 더욱 어렵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새 대통령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지금껏 논쟁 중인 방송통신위의 업무 범위는 그래서 주목된다. 인허가를 비롯한 규제업무는 확실하게 방송통신위에 넘어갈 것이다. 문제는 정책 업무다. 방송통신위가 규제와 정책을 동시에 다루는 것은 어색하다. 정부개편은 슬림화와 탄력성이 열쇠다. 자칫 슈퍼파워 위원회가 등장해선 곤란하다.

 정부의 정책 목표를 수행할 조직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정통부에는 IT, 정보통신 정책업무가 남는다. 단위 부처로 유지되기에는 옹색한 수준이다. 게다가 규제 감독권이 없는 부처의 설움(?)은 관료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IT와 정보통신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이 나라 먹거리의 대부분이다. 일반 제조업은 중국에 못 당한다. 지식산업이 승부수라는 것쯤은 상식이다. 일상의 모든 것이 IT와 접목되는 세상이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컨버전스 시대다. 국가 경영의 틀로서도 IT는 절대조건이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백악관에만 국가 CIO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통부에 대한 처리는 새 대통령의 선택이다. 부처 유지이든 통폐합이든 위원회수준의 격하이든 원칙은 국가 경쟁력과 국민 편익이다. 신정부의 정체성은 인수위에서 드러난다. 장관 청문회 감안하면 내년 1월 정부조직이 확정된다. 앞으로 한 달여 지켜볼 일이 많아졌다.

 이 택 논설실장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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