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삼성전기 美에서 `엇갈린` 행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주파수 할당 결정을 앞두고 상반된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채롭다.

14일 관련 업체들과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작년 가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HP, 구글 등과 `화이트 스페이스 연합(White Spaces Coalition)`을 결성, FCC를 상대로 로비전에 나섰다.

화이트 스페이스 연합은 2009년 미국의 디지털 방송 전환 이후 TV 용으로 할당된 주파수 대역(54~698㎒) 중 지역별로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를 활용, 초당 최대 80Mbps의 속도가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미활용 주파수를 이용하게 되면 무선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FCC에 주파수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기는 화이트 스페이스 연합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다양한 무선인터넷 기기 시장이 열리는 데다 자사가 보유한 기술력으로 핵심 부품을 대량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화이트 스페이스가 미활용 주파수를 이용할 경우 디지털 TV 수신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화이트 스페이스 연합의 주장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으로 알려져 상황이 꼬이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관계자는 외신과 인터뷰에서 "미활용 주파수를 활용하는 것은 위험하며, 좀 더 면밀히 화이트 스페이스의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업계는 화이트 스페이스 연합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영역이 크게 잠식될 수 있어 휴대전화 사업 비중이 큰 삼성전자가 탐탁지 않게 여기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현 상황이 양측의 `갈등`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매우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를 사실상 한 몸으로 여기는 미국 현지 업계는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데 대해 `삼성그룹의 규모가 워낙 커진 데다 IT기술의 경계가 불명확해지면서 생긴 해프닝`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편 FCC의 결정을 앞두고 한국에서 내달 6일 이와 관련한 국제 세미나가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양측이 어떤 주장을 내놓을 지 관심을 끈다.

FCC는 세미나 결과 등을 종합해 내년 1월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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