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에는 우리나라 IT 발전에 한 획을 긋는 행사가 있었다. 다름아닌 컴퓨터 및 IT 관련분야 교육 프로그램 인증 국제 협약체인 ‘서울 어코드’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하고 한국·미국·영국·일본·캐나다·호주의 6개국 대표가 서울 선언문에 서명한 것이다. 지난 6월 공학분야 교육 인증 국제 협약체인 ‘워싱턴 어코드’ 정회원국이 된 우리나라가 컴퓨터 분야 국제 인증 협약체인 ‘서울 어코드’ 발족에 중추국이 됐다는 것은 한국의 IT 분야 인재 양성에 커다란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남한의 IT 분야 발전이 승승장구하는 데 비해 북한은 아직도 문제점이 많다.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인터넷 수용 문제다.
지금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인터넷으로 남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과 통신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 사람이다. 물론 고위층 혹은 선택된 사람은 가능하겠지만 일반인은 북한 내에서의 인터넷 접속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IT 분야 연구원은 중국에 가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어 시간과 경비 등 여러 면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조짐이 보인다. 지난 9월 중순 김책공대 전자도서관을 방문한 남한 학자들은 안내원에게 내년에는 김책공대 전자도서관도 인터넷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는 반신반의 했지만 지난 9월 11일 북한 국가 도메인인 ‘kp’가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북한의 인터넷주소관리기관으로 조선콤퓨터쎈터(KCC)가 결정된 것을 볼 때 그 안내원의 설명이 빈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믿게 된다. 이번 승인으로 북한은 정식으로 인터넷주소관리기관을 갖추고 ‘kp’ 도메인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지난 9월 24일에는 국제인터넷주소배정기구(IANA)에 등록을 마쳤는데 그 기록을 보면 행정상의 관리자는 평양소재 KCC의 김창렵으로 돼 있으나 기술상 관리자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KCC 유럽의 홀터만으로 돼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 승인 획득에 KCC 유럽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하튼 ‘kp’가 국제 승인을 얻음으로써 앞으로 국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북한 정부의 인터넷 수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그동안 북한이 국내망, 즉 인트라넷은 활발히 활용하면서도 인터넷을 수용하지 않았던 것은 기술적 면보다는 정치적 면이 컸다. 인터넷이 허용되면 서방 물결이 들이닥쳐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나 베트남을 볼 때 인터넷 개방이 경제성장에 큰 도움은 주되 체제는 붕괴하지 않았다. 특히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의 많은 IT 분야 전문가는 중국이 급격히 발전하는 것을 직접 목격해 북한도 하루속히 인터넷이 수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북한의 인터넷주소관리기관으로 북한 최고의 IT 분야 연구기관 중 하나인 KCC가 결정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중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이 인터넷 개방 시 적용할 보안대책에 있어 KCC의 단일창구 방식이 중앙과학기술통보사의 원포인트 접속전략이나 6·26 기술봉사소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통제보다 장점이 많다는 데 있다고 한다. KCC의 단일창구 방식 주요 내용은 이용자가 인터넷에 직접 접속할 수 있도록 하되 모든 데이터링크가 규제를 받는 단일 창구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이용자의 다양한 정보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통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인터넷 수용은 북한 내 IT 발전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남북 IT 교류 협력에도 인력의 직접적인 왕래 없이 사이버 공간을 통한 정보 교류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다. 또 내년 개교를 앞두고 있는 평양과기대가 지향하고 있는 교육이념인 실용성·창의성·국제성을 실현시키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루속히 북한이 인터넷을 개방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박찬모/전 포스텍 총장 parkcm@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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