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
국내 소프트웨어(SW)업계 산증인 강태헌(51) 큐브리드 사장이 ‘국산 SW 수출’을 매개로 SW업체와 SW인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과 일본의 IT업체가 주축이 된 한일IT경영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 88년 SW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SW업체를 만들어 보겠다며 한국컴퓨터통신을 설립, 국내 SW업계를 주도했던 그였지만, 코스닥 상장과 회사 지분 매각, 큐브리드 설립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동안 은연자중한 삶을 살았다.
그런 그가 지난 8월 큐브리드·안철수연구소·한글과컴퓨터·위세아이텍·유니온정보시스템 등 국내 대표적인 SW업체 11개사와 함께 한일IT경영협의회를 설립하며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협의회 회장도 맡았다.
“일본은 우리나라 SW업체가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뚫어야 할 시장입니다. 하드웨어(HW)는 일본이 앞서 있지만 SW는 우리나라가 한 수 위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국내 업체들이 수출 루트를 찾지 못해 일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협의회를 만들기 전에 일본으로 건너가 일한IT경영협회 회장단과 만나 가능성을 타진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일본쪽에서도 국산 SW를 높게 평가하면서 수출에 적극 나설 줄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일IT경영협의회는 한국의 SW 기업 경영자들이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만든 단체이며, 일한IT경영협회는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30여개의 일본기업과 단체들로 설립된 단체다.
“한국의 다이내믹(역동성)과 일본의 장인정신이 결합하면 세계 시장을 평정할 수 있습니다. 한일IT경영협의회는 이의 주춧돌을 놓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의연자중하던 그가 왜 일을 벌였을까. 큐브리드는 여전히 국내 DBMS업체 대표주자로 잘 나가고 그는 대표이사다. 개인적으로 별로 아쉬운 것이 없어 보인다. 그는 체질적으로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왜 나섰을까. 그는 이런 우문에 현답을 줬다.
“SW인으로 살아온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SW업계와 후배들을 위해 뭔가 해보고 싶었습니다. 과장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돈에 대한 욕심이 없습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돈에 대해)마음을 비웠습니다. 마음을 비우니까 길이 보여요. 도와주는 사람들도 많아지고요.”
언젠가 사석에서 그가 기자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이 50줄에 접어드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 돈, 명예 등등. 그런데 돈은 그리 중요한 것 같지 않아. 한번 계산해 봤더니 한달에 용돈으로 40만원 정도면 와이프랑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애들도 다 컸고.” 그가 가끔 인천쪽 바닷가에 놀러가는데 한 번 다녀오는데 밥값과 기름값으로 1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매주 다녀와도 40만원이면 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인들과 만나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종종 말하고 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국산 SW 수출에 그의 SW 인생을 거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협의회 회원사 업체 선별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협의회를 통해 일본에 진출한 국산 SW에 대한 현지 평가가 나쁘면 후속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철저히 준비하고 일본쪽에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줄 것입니다. 서두르면 실수하기 마련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 하나 짚어가며 철저하게 준비할 생각입니다.”
협의회는 한일 협회간의 정기교류를 통해 내년에 5개 국내 SW업체를 일본에 진출시킨데 이어 오는 2010까지 총 40여개 업체를 일본 시장에 소개하고 정착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이 원천기술을 결합한 후 일본이 제품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한국이 개발과 기술지원을 맡아 한일 동시 제품 런칭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입니다. 모든 것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2010년쯤이면 자스닥과 코스닥에 1000억엔 가치의 국내 SW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꿈이 아닙니다. 현재 진행형입니다.”
한국에서 SW 장사하기는 너무 힘들다. 라이선스도 인정안하고 유지보수비용 받기도 힘들다. 발주처에 깎이고 IT서비스업체에 치이고. 그래도 30년 넘게 이 땅에 SW산업에 자리잡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강태헌 사장처럼 SW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사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의 꿈이 현실이 되는 날 우리나라 SW산업은 비상의 나래를 펼 것이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1974. 2 군산고등학교 졸업
1983. 2.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1983. 4. ∼ 1988. 2. 한국전기통신공사 근무
1988. 2. 한국컴퓨터통신㈜ 대표이사
1991.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감사
1994. 과기처 해외기술동향 연구위원
1995. 2.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이사
1995. 6. 소프트웨어하도급 분쟁조정협의회 위원
1996. 2. 한국데이타베이스학회 이사
1997. 4.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자문위원회 위원
1999. 5. 국산 DBMS 대만 및 중국 수출
1999. 12. 소프트웨어산업 유공자 국무총리상 수상
2000. 8. 통일IT포럼 홍보 대표
2001. 11. 캄보디아 행정전산망 프로젝트 수출(2천만불)
2001. 12. 제2회 소프트웨어산업인의 날 동탑산업훈장 수상
2004. 6. 케이컴스㈜ 대표이사
2004. 10. 캄보디아 정부 공로 훈장 수여
2005. 5. 미얀마 전자정부 프로젝트 수출(1.2천만불)
2006. 2. ㈜큐브리드 대표이사
2007. 1 한국GS인증협회 감사
2007. 2.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이사
2007. 8. 한일IT경영협의회(KJIT) 초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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