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평판TV 시장을 흔들고 있는 소니발 가격인하 바람이 한국시장에도 본격 상륙한다.
소니코리아는 LCD TV 시장 재진입을 위해 개발한 야심작 ‘브라비아 X시리즈’를 26일 서울 강남 일대의 백화점과 소니 직영대리점을 시작으로 판매에 들어간다.
주목되는 것은 소니가 책정한 가격과 유통 방식이다. 이날 시판하는 116.8㎝(46인치)와 132.0㎝(52인치) 풀HD LCD TV는 최신 120㎐ 구동방식을 적용했음에도 출하가격은 각각 390만원과 540만원으로 확 낮췄다. 경쟁 제품급인 삼성전자의 ‘파브 보르도 풀HD 120’가 각각 470만원과 570만원에 출하된 것을 고려한다면 파격적인 가격대다. 판매점은 프리미엄급 제품을 선호하는 백화점과 직영점인 반면, 가격은 경쟁사보다 낮췄다는 게 국산 제품들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소니는 또 내달에는 보급형 LCD TV인 ‘브라비아 W시리즈’를 전자랜드 등 양판점을 중심으로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종 출하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X시리즈보다는 최대 100만원 이상 낮춰 가격인하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죌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에 대해 소니코리아 측은 “그동안 소니가 ‘프리미엄’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평균판매가보다 15∼20% 정도 높은 가격대를 책정하면서 큰 호응도를 얻지 못했던 점은 인정하다”면서 “이번에는 고가 프리미엄 제품도 고객 수용 가격대로 낮추고 저가 모델도 추가로 출시해 풀HD 풀 라인업을 갖춘 만큼 한국 소비자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소니가 최근 전세계 평판TV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북미와 유럽, 중국 등지에서 LCD TV 가격인하를 주도하고 있는 연장선으로 풀이되며,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을 포함해 전세계 경쟁사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니가 이달초 중국 국경절을 맞아 101.6㎝(40인치) LCD TV를 한시적으로 8000위엔 아래로 판매했으나 이후 가격대가 복원되지 않았다”면서 “내달 북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또 한차례 대대적인 가격인하까지 벌인다는 소문이 돌면서 전세계 업체가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니가 가격인하를 통해 단기간에 판매 회복세를 보일 수도 있지만 AS 등 근원적인 인프라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장기적으로 버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