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여기서 돈을 벌자는 게 아니다. 셋톱박스를 놓치게 되면 우리 최대의 거래선인 전세계 방송사업자들에게 오히려 휘둘릴 가능성이 짙다.”
삼성전자 박종우 디지털미디어(DM)총괄 사장이 셋톱박스 사업을 반드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피력해 주목된다. 지난 여름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일부 중복사업의 교통정리 대상 가운데 하나였던 셋톱박스 사업을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내부에선 미묘한 긴장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DM총괄과 정보통신총괄에서 제각각 셋톱박스 사업을 전개하면서 내부에서 경쟁하고 있는 양상이다.
박 사장은 최근 “셋톱박스는 (삼성전자의) 기술·시장 주도권을 최소한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특히 고화질 방송환경이 확대되면서 전세계 지상파·위성·케이블 방송사업자들이 TV 제조업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추세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DM총괄의 최대 주력품목인 TV사업을 위해서는 셋톱박스가 필수품이라는 뜻으로, 적어도 DM총괄 내부에서는 결코 정리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아직 ‘실적이 거의 없는’ 셋톱박스에 대한 박 사장의 이같은 확신은 사업총괄 내부를 넘어 전사 차원에서 용인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또한 DM총괄이 올 연말부터 미국 최대 케이블사업자 가운데 하나인 타임워너케이블에 공급키로 한 셋톱박스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시선은 자연스럽게 정보통신총괄의 셋톱박스 사업에 쏠린다. 정보통신총괄 셋톱박스 사업의 경우 예전 케이블모뎀 사업에서 시작해 확대한 네트워크사업 분야. 향후 가정의 통신망 환경에서 셋톱박스가 일종의 ‘허브’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뜻에서 역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DM총괄의 확고한 의지를 감안하면 두 사업부간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김운섭 부사장이 네트워크사업부를 책임지면서 종전보다 힘을 더 얻은 상태로 셋톱박스 사업에 역량을 더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와이브로를 포함해 통신장비·시스템 사업 전반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분수령은 역시 공교롭게도 올 연말로 예정된 미국 케이블사업자 컴캐스트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느냐 여부가 될 전망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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