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이슈 진단]인터넷 전용미드(미국드라마), TV 제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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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4일 미국 최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마이스페이스가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에드워드 즈윅·마샬 허스코비츠와 손잡고 인터넷 전용 드라마 ‘쿼터라이프(quarterlife)’ 제작에 나선다고 발표했을 때 인터넷 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마샬 허스코비츠와 에드워드 즈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블러드 다이아몬드’와 숀 펜의 ‘아이 엠 샘’ 등 흥행 영화들을 함께 만들어낸 A급 프로듀서. 때문에 이들이 마이스페이스와 손잡은 것은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이 마침내 인터넷 드라마 시장에 밀려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웹2.0과 전통 미디어의 만남 ‘인터넷 드라마’=인터넷 전용 드라마는 TV가 아니라 인터넷에서만 볼 수 있다. 대개 마이스페이스나 유튜브 등 엄청난 방문자 수를 자랑하는 웹2.0 사이트나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방영된다.

 ‘쿼터라이프’는 나이 20대의 작가·여배우·댄서들이 쇼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들며 펼쳐지는 각종 에피소드를 다룰 예정이다. 인생의 4분의 1을 보낸 20대를 뜻하는 ‘쿼터라이프’는 미국 사회에서 취업난과 부모 세대와의 갈등으로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총 6회의 시리즈로 제작되며 1회당 방영시간이 8분에 불과하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전체 방영 시간을 다 합쳐도 고작 48분이니 웬만한 TV 드라마 한 편 길이에 못미친다. 짧은 시간 동안 시청자에게 강력히 소구해야 하는 인터넷의 특성을 반영한 전형적인 ‘스낵 컬처(Snack Culture)’다.

 ‘쿼터라이프’에 앞서 지난 4월 마이스페이스와 유튜브에서 방영됐던 ‘프롬퀸(promqueen.tv)’은 상업적인 인터넷 드라마의 효시 격이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물 ‘프롬퀸’은 첫 방영 후 한 달 만에 520만번의 스트리밍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프롬퀸’은 에피소드 한 회마다 워너브러더스의 새 영화 ‘헤어스프레이’ 홍보 광고가 따라붙었다. 이는 한달 동안 네티즌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광고에 노출된 횟수가 총 520만명이라는 얘기가 된다. 전체 80회로 완결되는 이 드라마는 회당 1분 30초짜리를 만드는데 5000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제작 비용 대비 광고 노출 빈도를 감안할 때 그 광고 효과는 편당 제작비가 200만달러가 넘는 TV드라마보다 높다. 광고 효과가 입증되면서 정유회사 등 전통적인 TV 광고주들도 차츰 인터넷 드라마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미디어 거물, 인터넷 드라마에 빠지다=프롬퀸을 제작한 곳은 ‘부구루(Vuguru)’라는 인터넷 전문 독립 스튜디오인데 마이클 아이스너 전 월트디즈니 CEO가 설립자다. 아이스너나 ‘쿼터라이프’의 허스코비츠·즈윅뿐 아니라 미디어 업계 내로라하는 거물들이 이 시장에 속속 진출해 인터넷 드라마의 잠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80년대 인기 드라마 ‘엘에이 로(LA Law)’와 ‘힐 스트리트 블루스(Hill Steet Blues)’를 제작한 유명 프로듀서 스티븐 보초코 역시 UCC 사이트 메타카페(Metacafe.com)를 만들고 인터넷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런가하면, 어린이 채널 니켈로디언 네트웍스 사장을 지낸 허브 스캐넬과 전직 MTV 프로듀서 프레드 시버트는 ‘넥스트 뉴 네트웍스’라는 인터넷 미디어 업체를 설립하고 로버트 피트만 전 AOL타임워너 COO와 미디어 재벌 하임 사반 등으로부터 800만달러를 유치했다. ‘넥스트 뉴 네트웍스’는 인터넷 드라마뿐 아니라 5년 내 101개의 세분화된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만들어 만화책에서부터 패션·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각종 전문적인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존 미디어 업체가 인터넷 드라마 업체와 제휴를 맺거나 지분을 투자해 사업 확대를 꾀하는 경우도 있다. MTV와 니켈로디언은 각각 ‘제너레이트’와 ‘월드와이드 비기스’라는 벤처로부터 인터넷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 인터넷 UCC 콘텐츠를 공급받아 케이블채널이나 인터넷·휴대폰에서 방영하고 있다. 이밖에 ABC·NBC·CBS 등 굴지의 방송사들도 대부분 TV드라마를 인터넷 드라마로 방영하는 자체 사업부를 운영 중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etnews.co.kr

◆인터뷰-마이클 아이즈너 전 디즈니 CEO

 마이클 아이스너 전 월트디즈니 CEO(65)가 지난 3월 인터넷 동영상 전문 프로덕션 부구루(Buguru)를 설립했다. 전통 미디어 기업의 대표주자였던 그가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 초심자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아이스너는 C넷과의 인터뷰에서 “TV나 극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양질의 콘텐츠를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용으로 제작하는 것이 ‘부구루’의 설립 취지”라고 밝혔다.

 -UCC나 스포츠 방송 등에 인터넷 광고가 많이 몰리는데 부구루도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나.

 ▲부구루의 목표는 아마추어가 만든 UCC나 스포츠 중계, 스페셜 프로그램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미디어 업계 주류에 속해 있는 전문가들이 만든 콘텐츠를 내놓을 것이다. 부구루의 전반적인 전략은 인터넷을 본격적인 영상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만드는 데 있다. 지금은 인터넷이 TV드라마의 재방송을 보는 수단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인터넷 드라마를 TV로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프롬퀸’은 10대 여성이 주 시청자다. 부구루가 조만간 특별히 겨냥하게 될 연령층이 있나.

 ▲내 평생 특별한 연령층의 시청자를 겨냥한 전략을 세워본 적이 없다. 물론, 젊은이들이 인터넷의 얼리어댑터(초기 수용자)이긴 하지만 인터넷은 정말 거대하기 때문에 젊은층 외에도 다양한 연령층과 그룹에서 시청자가 존재한다. 인터넷은 마치 40년 전 텔레비전 방송처럼 무얼 겨냥할 필요가 없이 그저 멋지거나, 재밌거나, 감동적이거나, 슬프게 스토리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이 인터넷 기업에 의해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보나.

 ▲나는 오랜 역사를 가진 미디어 회사들을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내가 디즈니를 운영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우리를 원시인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디즈니의 현재 가치는 800억달러다. 디즈니나 타임워너·ABC·폭스 등은 구태한 기업이 아니다. 미디어 업계에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등장인물은 있겠지만 전 세계의 배리 딜러들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배리 딜러(Barry Diller)는=

 배리 딜러는 미디어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입지전적인 인물.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비벤디 유니버설 해체 당시 온라인 사업부를 들고 나간 후 홈쇼핑·여행·공연티켓·연애 사이트를 잇따라 창업해 굴지 기업으로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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