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미래를 준비한다](6)후지제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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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제록스는 원격지에서도 마치 개발 상품을 앞에 둔 것처럼 사물을 실사로 투영해 주는 커뮤니케이션 협업 기술 ‘라이트콜로보(LightCollabo)’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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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사람이 좋아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후지(富士)’다. 사실 후지 자체는 큰 뜻이 없다. 단지 지명일 뿐이다. 일본 사람이 이를 좋아하는 건 ‘후지산’ 때문이다. 후지산은 ‘일본 최고 가치’라 부를 정도로 그 위용이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유독 후지를 이름에 딴 기업이 많다. 후지제록스그룹도 그 중의 하나다. 후지제록스 연구 개발 허브가 바로 일본 가나가와현에 본부를 두고 있는 ‘퓨처 워크(Future Work)연구소’다. 중앙연구소 격인 이 곳은 후지제록스그룹 내에서도 ‘최고 가치’만을 생산해 내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

 퓨처 워크연구소는 일본 가나가와현 본부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팰러앨토에 분소가 있다. 연구 인력은 200명이지만 이 곳에서 개발한 첨단 기술이 곧 세계 표준으로 통할 정도로 작지만 강한 연구소다. 90년대에 이미 컬러 영상 압축과 처리 키트를 상용화했다. 개인정보를 축적하고 검색할 수 있는 기술 ‘정보 상자’도 개발했다.

 새천년 들어서도 권한 인증 시스템에서 문서통합 도구, 웹 진단 서비스, 실시간 영상 전달 도구에 이어 최근 협업 작업을 위한 ‘정보 터미널 포스터’까지 매 분기 신기술을 쏟아내고 있다. 연구소는 특히 자연 언어 처리, 조직·행동 분석, 멀티미디어 처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야마자키 도오루 소장은 “지식 창조, 두뇌 과학, 나노 기술, 멀티미디어, 자연 언어와 그룹웨어처럼 지금 당장 필요한 기술보다는 5년 후 시장을 내다본 미래 기술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퓨처 워크연구소는 크게 유비쿼터스, 디지털 이미징, 환경, 기반 기술(재료·디바이스·광) 등 4대 축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유비쿼터스 분야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협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서비스와 시스템 기술을, 디지털 이미징은 ‘제로그래피(Xerography)’ 기술을 핵심으로 고속·고선명, 네트워크, 온 디멘드(On Demand)를 위한 이미징과 프린팅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4대 기술 핵심 축은 다시 8개 프로젝트로 세분화된다. 8개 역점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자연 언어 검색이다. 이는 컴퓨터에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 즉 자연 언어의 의미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하드웨어 업체지만 제록스의 자연어 검색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방대한 정보 중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콕’ 집어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은 미래 후지제록스를 이끌 차세대 역점 분야다.

 또 하나 주목하는 기술이 조직·행동 분석이다. 이 기술은 사무실에서 사람과 조직 행동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한 후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업무와 커뮤니케이션 과제를 발견하는 데 집중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팰러앨토연구소(FXPAL)는 멀티미디어 문서 처리 분야를 파헤치고 있다. 텍스트를 벗어나 음성과 동영상까지 멀티미디어 파일로 구성된 문서를 보다 쉽게 편집하고 검색하는 기술력을 축적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후지제록스 측은 “팰러앨토는 특히 미국 제록스 연구 전통을 그대로 이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개발 과제 선정 과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제록스는 개발 과제를 위해 먼저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이어 이 결과를 사회 조직과 생활 양식 전반에 접목해 본다. 이렇게 확보한 내용(Ethnography)을 다시 실제 사람에 응용해 이를 기초로 연구를 진행하는 식이다.

 제록스의 연구개발 모토는 철저한 현장주의다. ‘파는 상품과 사용하는 상품이 같다(What We Sell is What We Use)’는 이념을 바탕으로 사업화 전 반드시 연구 성과를 가장 먼저 사용하고 효과를 확인한 후 시장에 내보낸다. 야마자키 소장은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그룹에서 먼저 사용해 효과를 보면 다른 기업에서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방식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사업화라는 두 가지 결과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후지제록스그룹 연구소는

연구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룹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한다. 후지제록스그룹은 62년 일본 후지사진필름과 영국 랭크 제록스와 일대일 합병을 통해 설립됐다. 영국 제록스는 미국 제록스의 100% 자회사다. 이후 2001년 후지사진필름 75%, 제록스가 25%로 지분이 변경돼 후지사진필름 자회사로 편입된 후 2006년 10월 그룹 지주사 후지필름홀딩스가 설립되면서 산하에 편입됐다. 제록스그룹은 한국·호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그룹 중앙연구소는 합병 후 88년 그룹 내에 IT연구센터를 모체로 출범했다. 이 곳이 바로 중앙연구소 격인 퓨처 워크리서치연구소다. 이어 9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러앨토에 연구 자회사를 설립했으며 2000년 연구 목적으로 특화했다.

다시 2003년 IT 연구 분야를 통합해 퓨처 워크리서치연구소로 발전했으며 전체 조직을 그룹 연구본부 (CRG)로 개편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중앙연구소 프로젝터·센터별로 다시 각 사업 단위 연구 조직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인터뷰- 야마자키 토오루 소장

-연구소가 경쟁력을 갖는 분야는.

 ▲오직 하드웨어와 관련한 기술에 집중한다면 오산이다. 연구소 설립 목적은 ‘지식’과 ‘지혜’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모든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이다. 이 때문에 인간과 보다 가까운 자연 언어 처리, 조직·행동 분석, 멀티미디어 처리 기술 세 가지 분야에 특히 역점을 두고 있다. 미국 팰러앨토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멀티미디어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다른 글로벌 연구소와 다른 점은.

 ▲사람이나 조직에 더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기술을 확보하자는 배경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일본 제조업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중하는 점도 다른 글로벌연구소와 구별된다.

 -조만간 상용화할 기술이 있나.

 ▲아직 상품화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은 몇 가지 있다. 먼저 텍스트 의미 해석 기술이다. 이 기술로 대량 텍스트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손쉽게 분류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문서 편집과 프린터 이력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이 밖에 사무실 업무를 표준 동작으로 모델화한 오피스 업무 분석 기술, 대형과 복수 영상을 한정된 표시 구역 안에 효과적으로 표시하는 영상 기술 등이 있다.

 -연구소 만의 독특한 사업이 있다면.

 ▲R&D는 독자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적 외에 제품을 차별화하고 신규 사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세계 일류 연구소나 대학과 협업을 통해 다른 기업에 앞선 선행연구 과제를 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개발 초기부터 사용자와 함께 기술을 창조하는 연구 모델을 만들고 연구본부 내에 마케팅팀을 둬 시장 규모 분석과 기술 개발을 동시에 진행해 사업화 속도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없다. 대략적으로 기계 번역 3차원 재현 기술, 즉 3차원 물체 계측과 디스플레이, 가상과 현상을 접목할 수 있는 기술(Mixed Reality),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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