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성과를 예측하는 미래학 문헌에 따르면 대략 2015년에 모든 질병의 원인이 밝혀져 질병치료의 새 장이 열리고 2017년쯤에는 인간이 화성에 도착, 이때부터 우주식민지 개발이 시작돼 2044년께 완료된다. 2025년에는 컴퓨터가 뇌에 연결돼 생각을 읽어들일 수 있게 되고 2040년에 가서는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핵융합이 실현된다. 그리고 2500년에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현재 78세에서 2배에 가까운 140세가 돼 100세 청춘을 누리게 된다.
실현 가능성 여부가 관건이긴 하지만 적어도 세계는 과학기술의 시대로 변화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미래전략을 추진하느냐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미래전략 수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주요 국정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고 ‘과학기술입국 실현’을 정책목표로 정해 놓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부문별 집중형이었던 정책을 분산형 체제를 갖춘 광범위한 기술혁신 정책으로 확장했고 기술혁신 영역도 산업기술에서 사회복지기술 영역까지 포괄하는 수준으로 확대했다. 정책기조도 불균형에서 균형 발전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했다.
이 같은 정책변화는 기술발전이 급속히 이뤄지면서 사회 전 분야로 기술혁신이 확산되고 그 영향도 심화되고 있는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과학기술의 양적 및 질적 변화의 폭과 정도가 종래와는 크게 달라졌으므로 기존 정책으로는 유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 기술혁신은 새로운 산업을 출현시키고 산업구조를 바꿀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교육·국방·환경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기술 패러다임과 정책변화는 과학기술에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특히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보는 도구적·경제중심적 과학기술관에서 탈피해 과학기술을 사회적 과정과 밀접히 연관된 문화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해할 수 없고 변화의 수준을 따라잡을 수도 없다.
과학기술이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경제적 동력임은 명백하다. 과학기술은 인간을 위한 지식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유용한 도구였다. 인류에게 혜택을 줄 재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계와 같은 도구를 발명하게 만들었고 질병을 감소시켰으며 전기 발명으로 어둠을 몰아냈고 종교적 인과개념에 국한된 일종의 ‘무지와 미신’ 상태에서 인간을 해방시켰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경제적 도구로서의 의미만 강조하면 과학기술 개발과 이용에서 사회적·문화적·생태적 가치 등은 무시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삶과 사회에 주는 함의의 성찰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 즉각적이며 가시적인 경제효과와 효율성만을 강조하면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이해의 확보나 합의의 도출에는 무관심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기술만능주의나 반과학주의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과학기술은 창조적인 정신활동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다른 정신적 활동내용과 방법, 표현양식 등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문화다.
과학기술은 생활양식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정치·법·교육·종교 등 제반 사회제도에 스며들어 있으며 또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가치관의 기준을 제공하고 하나의 세계관을 구성한다.
결국 총체적인 시스템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하며 동시에 전략적 지식관리의 강화도 필요하다. 국가차원의 핵심 어젠다 발굴과 이를 실천할 전략도 필요하다. 정책 학습 또한 중요하다. 다양한 행위자 간의 공동학습이 중요하며 이해관계자 간의 효과적인 조율기제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을 보는 인식의 전환과 공유다. 단순히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종속된 개념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과학기술이 문화를 창조하는 시대기 때문이다.
◆송인회 한국전력기술 사장 songih@kop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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