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운동장에 원을 그릴 때 한 사람은 컴퍼스의 축이 되고 또 다른 사람은 원을 그리는 연필역할을 하게 된다. 원의 축에 선 사람이 중심을 잡은 채 제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점점 빠른 속도로 돌리다가 손을 놓으면 그는 내동댕이쳐진다. 이때 축에 위치한 사람의 끌어당기는 힘을 ‘구심력’, 바깥 사람의 내동댕이쳐지는 힘을 ‘원심력’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물체가 천체(지구)의 표면에서 탈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속도’ 즉, 지구 표면의 물체가 지구 밖으로 내동댕이쳐질 때의 속도를 알아냈다. 이는 지구의 구심력과 원심력을 깨는 속도다. 옛 소련의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는 계산으로 ‘초속 8㎞의 탈출속도’(제1 우주속도)로 로켓을 쏘아올리면 지구궤도 상에 진입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냈다.
한국 최초의 우주비행사는 내년 4월 발사될 러시아 로켓 소유스를 타고 지구궤도 상의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간다. 오늘 우주인 선발위원회는 한국 최초의 우주비행사 후보(고산·이소연) 가운데 한 사람을 확정 선발한다. 두 후보는 지난 3월 이래 ‘제1 우주속도’로 지구를 벗어나 도착할 지구궤도 위성에서의 생존법을 위해 러시아에서 6개월간 강훈련을 받아왔다. 선택된 사람은 선정소식을 듣는 순간 초속 8㎞ 이상의 속도로 우주를 향해 내달을 것이다. 탈락한 사람은 그보다 더 빨리 가라앉게 될지도 모른다. 선정될 사람에게 미리 축하를 보낸다.
탈락한 후보에게는 탈락률 60%대라는 미국 우주비행훈련자 가운데 좌절을 극복한 일화나마 참고가 될 듯 싶다.
1963년 끝난 미국의 머큐리계획에 참여했던 도널드 슬레이튼은 훈련 중 심장질환으로 탈락한다. 1975년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교관생활을 하며 건강을 되찾은 그는 18년 만에 아폴로 18호를 타고 소유스 우주선과의 도킹임무에 성공한다. 1972년 아폴로 17호에 탑승하기로 했다가 과학자에게 양보한 조 엔글 역시 9년 후 우주왕복선 선장이 됨으로써 보상받았다.
정부도 ‘한국 최초의 탈출속도 경험’ 계획을 위해 쏟은 직간접 비용 등을 감안, 탈락한 후보를 활용할 최적의 방안을 준비해 주길 바란다. 이재구 콘텐츠팀장 @전자신문,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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