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보면 ‘뿌리’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대부분은 레종 데트르, 즉 존재의 이유에 대한 궁금증일 경우가 많다. 레종 데트르는 그래서 종종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동·서양 모두 이런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서는 차이가 없다. 특히 영웅적인 요소가 가미되면 친자확인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레종 데트르는 화려하게 포장된다. TV 사극 ‘주몽’이나 ‘대조영’이 그런 류(類)에 속한다.
문학적으로는 희랍신화의 파에톤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파에톤은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인간인 클리메네와 바람을 피워서 태어난 인물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파에톤은 자신의 아버지인 태양신 헬리오스에 대한 얘기를 들으며 자라게 된다. 하지만 제우스의 아들 중 하나인 에파포스는 아예 믿지 않는다. 파에톤은 이에 태양신의 아들임을 증명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헬리오스는 매일 아침 태양 마차를 몰고 바다 동쪽에서 빛을 뿌리며 솟아올라 하늘을 가로질러 저녁에는 바다 서쪽으로 내려온다. 태양 마차를 모는 일은 너무나 위험해서 신들의 왕인 제우스도 겁낼 정도다.
헬리오스는 장성한 아들을 알아보고 무엇이든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아들은 태양 마차를 모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소원이 무모한 줄 알면서도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약속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허락한다.
하지만 말들은 파에톤의 미숙한 통제를 벗어나 하늘 위로 치솟기도 하고 지상으로 근접하기도 한다. 궤도를 벗어난 태양 마차 때문에 지상은 온통 불바다가 된다. 위험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제우스는 마침내 번개를 던져 파에톤을 죽이게 된다.
결국 ‘뿌리’를 찾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사랑의 결핍이 비극을 낳은 셈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두고 파에톤 콤플렉스라고 한다. 이는 심하면 자기파괴로도 이어진다.
산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인간의 여러 군상을 만나게 된다. 특히 파에톤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을 종종 접하게 된다. 대부분 이들은 특히 자신의 능력을 과대포장하면서 타인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실패의 벽에 다다르곤 한다. 혹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무더위로 지친 휴가철을 맞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박승정 솔루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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