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명을 보면 컴퓨팅 사상이 보인다

 제품명에는 컴퓨팅 기술이 숨겨있다.

 컴퓨팅 시장에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제품이 새로운 모델명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모델명은 대부분 어렵고 약자가 많아 사람들의 눈을 붙잡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그 안에는 컴퓨팅의 역사와 트렌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표적으로는 세계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을 주름잡는 오라클이 3년여만에 내놓은 신제품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11g’.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는 DBMS의 대명사처럼 쓰이지만 제품명 뒤에 붙은 11g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단 11은 버전을 의미한다. 오라클이 출시한 11번째 신개념의 DBMS라는 것이다. 그러면 g는 무엇일까. 무심코 지나갈 수 있지만, g는 소프트웨어(SW)업계를 주도하려는 오라클의 사상이 담겨있다. 정답은 그리드(grid)다.

 그리드란 지리적으로 떨어진 컴퓨팅 및 네트워크 자원, 이를테면 서버, 컴퓨터, 대용량 저장장치, DBMS, 첨단 실험장비 등을 사용하지 않을 때 유휴 자원을 모아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11g에는 오라클이 DBMS를 통해 기업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그리드를 실현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오라클은 g이전에 인터넷의 알파벳 첫 자인 i를 모델명에 처음으로 사용했다. 지난 99년 인터넷이 컴퓨팅 기술의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데이터베이스8 버전 출시와 함께 모델명 i를 붙였다. 오라클이 인터넷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것이었다.

 정준경 한국오라클 상무는 “i와 g에 이어 다음에는 어떤 알파벳이 사용될지 오라클 내부에서도 관심이 높다”며 “오라클에서 g는 오라클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라클말고도 그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보안업체 시만텍의 개인용 올인원 보안 제품 ‘노턴 360". 여기서 360은 안티바이러스, 방화벽, 침입 방지, 안티피싱, 백업, 최적화 기술에서 문제 자가 진단 기능까지 사용자들이 PC를 사용하면서 경험하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AMD의 데스크톱 및 노트북용 듀얼 코어 프로세서 제품군 ‘AMD 애슬론64 X2 듀얼코어’ 프로세서도 마찬가지다. X는 ‘곱하기", "배"의 의미로 코어를 2개(듀얼) 장착했으며, 이로 인해 성능이 2배 가까이 향샹됐다는 뜻이다. AMD는 곧 선보일 새로운 데스크탑 프로세서인 "페넘" 제품군중에 쿼드 코어 프로세서 모델의 경우는 공히 4개의 코어와 그만큼의 성능 향상을 의미하는 차원에서 ‘X4"를 붙일 예정이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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