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팹리스 협회(FS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팹리스 시장 규모가 496억달러(약 45조원)로 2000년의 170억달러(약 15조원)에 비해 3배의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또 전체 반도체 시장의 연평균성장률이 8%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팹리스 시장의 연평균성장률은 26%로 급속하게 성장해 왔다. 향후에도 정보화와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팹리스 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지속적인 육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팹리스 산업은 전통적인 종합반도체회사(IDM)형태에서 LSI 로직·VTI·TSMC 등 파운드리 전문업체가 생겨나면서 팹을 갖추지 않은 팹리스 업체가 탄생했으며, 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첨단산업의 하나이자 새로운 사업분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분야에서 미국은 전체 반도체 소비 시장의 45% 정도를 차지할 만큼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런 팹리스 기업이 미국에 현재 600여개에 달하고 있다. 뒤를 이어 아시아는 400여개의 팹리스 기업이 포진해 있으며, 이 시장에서 대만 팹리스 기업의 활동은 가히 주도적이라 할 수 있다. 대만 팹리스 기업들의 전년도 매출은 83억달러(약 7조6000억원)로 전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17%를 점유하는 수치이다. 또 매출 규모 면에서는 대표적인 대만 팹리스 기업 4곳이 전 세계 팹리스 업계 상위 15위 안에 올라 있을 정도다.
아시아 시장에서 팹리스 산업은 대만을 필두로 중국도 팹리스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해 지난해 매출 기준 톱10 팹리스 기업이 전년도에 비해 55% 증가했으며, R&D투자도 22%나 증가했다. 우리는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과 기틀을 갖추고 있으나 팹리스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 IT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반도체 시장도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어, 팹리스 산업의 중심도 5년에서 10년 후면 아시아를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기에 우리가 확실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팹리스 기업의 요인을 분석해 우리만의 경쟁력을 키워낼 수 있는 성장 잠재력 배양에 주력해야 한다.
첫째 많은 비즈니스 상황에서 밸류 네트(value net)를 만드는 것은 성공한 팹리스 기업의 필수적인 자질이다.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협력, 종합반도체회사와 팹리스의 협력, 파트너 간의 협력은 비즈니스 전략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대만은 특히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결합을 통해 탄탄한 인프라로 미디어텍과 같이 조원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팹리스 기업이 등장하게 됐다.
둘째, 반도체 공정이 점차 미세해져가면서 설계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유리기판 위에 반도체 미세회로를 형상화하는 포토마스크 비용도 점차 커짐에 따라 팹리스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최근 65나노 공정으로 옮겨가면서 포토마스크 한 번 할 때 150만달러(약 14억 원)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신생 팹리스 기업이 탄생하기 위해 최소 천만달러 (약 92억원)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설계 기술의 복잡화에 따른 개발 비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팹리스 기업의 대형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들의 대형화에 따라 IP회사가 등장하게 되고 이들 IP회사가 팹리스 기업과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팹리스 기업은 파운드리 업체와 수직계열화를 이뤄 활발한 정보교환과 중장기적인 공동 협력이 가능하다.
셋째로 팹리스 산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대만과 같은 전폭적인 정부의 지지, 안정적인 파운드리, 인재육성에 대한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팹리스 산업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IT가 통합된 팹리스 비즈니스에서 IP(Intellectual Property)가 통합되는 지식 서비스 비즈니스로 급변화하고 있어 팹리스 산업 육성에 우리의 노력이 한층 더 절실할 때다.
◆황기수 코아로직 사장 kshwang@corelogi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