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롱테일 경제와 과학기술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 사이트인 ‘랩소디’의 음악 판매를 보면 수익이 전혀 나지 않을 것 같은 순위 2만5000번째부터 80만번째까지의 곡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지난주 서울을 방문한 미국 IT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은 이처럼 각각의 매출액은 작지만, 이들을 모두 합하면 히트상품 못지않게 매출을 발생시키는 틈새 상품의 영역에 주목하고 이를 롱테일(The Long Tail)이라고 불렀다.

 20%의 히트상품이 80%의 매출을 발생시킨다는 ‘파레토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롱테일 경제는 IT의 발전과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새롭게 나타난 사회적인 현상이다. 누구나 쉽게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또 구매할 수 있게 됐으며 무한한 제품 전시와 제품 정보가 넘쳐나면서 수면 아래의 비히트상품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맞물려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롱테일 현상은 몇 개의 히트상품 혹은 대중매체가 독점하던 시대에서 수많은 개인 혹은 소수의 의견 하나하나가 함께 존중받는 ‘다양성’의 시대를 의미한다.

 다양성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6명의 정규 직원으로 전 세계 네티즌의 ‘집단지성’을 빌려 소수의 전문가들이 만든 세계 최대의 브리태니커사전의 명성과 정보량을 따라잡았다. 집단지성을 빌어 성공한 사례가 단지 위키디피아뿐만이 아니다.

 연구개발에서도 인터넷을 활용하여 군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문제 해결책을 구하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 외국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미국의 가전업체인 월풀사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소비자가 PC를 통해 신제품 디자인의 변경도 직접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터넷 환경과 정보기술을 보유, 롱테일 경제를 통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최상의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의 장점을 살려 위키피디아·이베이와 같은 이른바 집단기업(collective enterprise) 개념의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에 노력하고, 소비자들이 보다 더 편리하고 안심하게 인터넷 비즈니스를 향유할 수 있도록 기술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기업은 일방적인 대량생산·대량소비 방식에서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와 참여를 존중하는 맞춤식 생산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시장변화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과학기술계도 집단지성과 신진연구를 통한 지식창출이 가능하도록 내부 연구자 외에 외부의 다양한 인력을 새로운 인적자원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시점에 있다.

 아울러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적자원들이 지식을 창출하는 건전한 생태계도 형성돼야 할 것이다. 사회에 유용한 성과를 창출하는 창조성과 열정을 기초로 하는 건전한 지식생태계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과학기술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연구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파종전략으로 진화돼야 한다.

 롱테일 현상은 경제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사회·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나타날 것이다. 과학기술분야에서도 사소한 다수에 대한 재인식과 다양성의 증진이 혁신의 새로운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또 과학기술자 중심의 혁신을 넘어 외부의 다양한 채널과 연계하는 개방형 혁신체제의 강화를 비롯하여 롱테일이 가져온 기회를 실용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김선화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 seonhwa@presiden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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