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휴대폰이 없었던 수년 전의 일상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제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내비게이션의 편리함을 생활 속에 적응시키는 가운데 기술은 벌써 한 단계를 뛰어넘어 실시간교통정보(TPEG·Transfer Protocol Expert Group) 서비스를 위해 진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DMB를 상용화했기 때문에, DMB를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TPEG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TPEG는 실시간 교통정보와 여행자 정보 등을 DMB 데이터방송 신호에 실어 DMB 수신모듈과 TPEG 솔루션을 장착한 내비게이션 단말기로 보여주는 기술의 표준규격을 말한다. 내비게이션 지도에 막히는 길이 자동 표시되고, 막히는 길을 피해 최종 목적지까지 최단거리 코스를 안내해준다. 또 주행 예정도로의 교통상황과 소통속도 등을 미리 알아볼 수도 있고, 도로 공사나 사고 소식은 물론 위험구간 정보와 카메라 단속 지점을 미리 안내해 주기도 한다.
KBS-DMB, MBC-DMB, YTN-DMB 등 DMB 방송사업자들은 교통정보 수집·제공업체인 로티스나 SK 등으로부터 전달받은 실시간 교통정보를 DMB 데이터방송망에 실을 수 있는 디지털신호로 변환(인코딩)한다. 이를 DMB 방송신호와 함께 각 지역 송신소에서 전파를 송신한다. 이 전파신호는 TPEG 내비게이션 단말기의 DMB 안테나를 통해 내부 보드에 붙어 있는 RF수신칩으로 전달돼 이용자들의 단말기 화면에 최종 구현된다.
TPEG는 본래 유럽방송연맹의 산하 협회명이며 이곳의 정보를 전송하기 위해 정의내린 전송표준 규격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TPEG를 실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도로교통메시지(RTM)·혼잡교통정보(CTT)·약식교통정보(CTT-SUM)·안전운전정보(SDI) 등의 기술 표준을 새롭게 마련하고 DMB 방송을 통해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유럽방송연맹(EBU·European Broadcasting Union)의 TPEG 콘퍼런스에서 보여준 ETRI의 TPEG 내비게이션 서비스 시연은 영국 BBC 방송국·노키아 등 유럽 각지의 DMB·DAB 및 TPEG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TPEG 서비스는 작년부터 본격화된 이후, 현재 이용자 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신형 DMB단말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기업들은 올해 폭발적인 시장 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전 세계 내비게이션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장한 것이며, 이미 국내 기업 중 중국 베이징 지역의 TPEG 서비스 제휴를 하는 등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도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은 라디오나 고속도로 전광판 등으로 특정 시간이나 지점에서만 교통정보를 얻었으나, 도로상의 사고·공사·혼잡교통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TPEG서비스가 완성됨에 따라 한국은 IT를 통해 교통정보의 ‘혁신’을 이뤄낸 글로벌 리더로 다시 한번 IT강국의 신화를 증명해 내고 있는 것이다.
TPEG 서비스는 국내에서 내비게이션에 적용한 세계 최고의 기술이지만, 지금은 상용화 초기 단계로서 과금 정책, TPEG 및 DMB 동시 수신 등 아직 보완돼야 할 사항들이 남아 있다. 보다 정확한 교통정보 제공과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위한 콘텐츠 개발 등으로 고객들의 만족도를 꾸준히 높여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또한 국내 시장을 밑거름으로 글로벌 시장에 통용되는 기술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 세계적인 많은 기업들이 한국을 최첨단 IT의 시험장으로 여기고 있다. TPEG 기술 분야에서도 IT강국의 역량을 또 한번 자랑할 수 있는 신화를 기대해 본다.
◆이준표 시터스 사장 jplee@cit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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