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연연이 수행하는 임무에 대해 회의적인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연구원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3년 내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위기설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서남표 KAIST 총장은 첫 기자 간담회에서 양복 윗도리를 벗어 젖히고 ‘양극단 이론(컵이론)’을 설파한 적이 있다. 기초성향과 기술혁신성을 두 축(양끝)으로 세워놓고, 연구과제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가운데에만 몰려 있다는 주장이다. 성과내기 좋은 응용과제만 하고 있다는 논리고, 다른 말로 확대 해석하면 응용과제 연구는 업체에서 하고, 대학에서는 양대 축에 근접한, 장기적으로 산업의 방향을 뒤흔들 기초·원천·혁신 연구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일반 대학과는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수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KAIST고 보면 적용하는 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이러한 논리의 적용은 출연연구기관도 마찬가지다. KAIST의 컵이론에 수긍이 가는 것은 구성원들의 우수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출연연에는 박사급 인력이 전체의 30∼40%가 된다. 취직하기 위해서는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돌파해야 한다. 대부분 경영진은 국내파보다는 해외파가 더 많다. 유학하지 않은 경우가 기관장이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일 만큼 내로라하는 석학들이다.
물론 최근 입사 연구원들의 수준이 과거보다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수년 전 어느 출연연 연구원은 자신들의 경쟁력을 2류로 분류한 적도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을 선호한다는 이유를 달아서 주장하는 말이다. 아무리 그렇다할지라도 출연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R&D기관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최근 연구원들 말을 들어보면 ‘정말 큰일났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주창하던 상용화 연구의 폐해를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행했던 연구실적이 바닥나면 앞으로 무엇을 해 우리나라를 먹여살릴지 걱정하는 목소리다. 모두가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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