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8일 오전 정부중앙청사에서 김기표 법제처 차장 주재로 열린 ‘방송영상물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안’(전병헌 의원 대표발의) 관련 정부입법정책협의회에 참석했던 강대영 정통부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의 전언이다. 이날 회의에는 송수근 문화부 문화미디어국장, 조광휘 방송위원회 정책실장 등 정책 책임자가 모두 참석했으나 헛바퀴만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법안은 ‘제2 한류를 조성해 우리 콘텐츠를 세계화하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기존 한국방송영상진흥원을 법정기구화해 정부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고, 향후 5년 동안 쓸 430억원대 방송교류촉진기금을 만들자는 게 핵심이다.
문화부는 이 같은 취지와 내용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정통부·기획예산처·방송위 등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기존 방송위 기능, 방송발전기금 등과 중복될 개연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앞선 지난 3일 열린 ‘지역정보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양형일 의원 대표발의) 관련 정부입법정책협의회에서도 행자부·건교부·정통부 등 유관 부처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오는 17일 열릴 ‘전자정부 표준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김낙순 의원 대표발의) 관련 입법정책협의회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약발이 영 신통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3월 국무총리 훈령으로 만든 이 협의회는 국회의원 발의 법률안에 예산이나 조직관리상의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한 뒤 정부 의견을 통일하는 게 주요 기능. 궁극적으로는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조율되지 않은 법안을 국회의원을 통해 우회 입법하는 병폐를 막기 위한 제도다. 특히 지난해 6월 한명숙 당시 국무총리는 “긴급한 사유가 아닌 한 의원입법 형식을 빌린 법안 추진을 자제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지침을 어기면 정부 기관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만 ‘구더기(기관 평가) 무서워 장(입법을 통한 새 권한·조직 확보) 못 담그랴’는 모양새다. 적어도 혁신을 지향하는 참여 정부에서는 부처별 기능 중복·충돌로 발생하는 관련 예산과 인력을 국민 혈세로 떠받치는 일이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은용기자·정책팀@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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