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상생

 살다 보면 무엇이든 너무 쉽고 상식적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쓰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너무 자주 쓰다보니 단어의 의미마저 식상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생(相生)이란 단어가 대표적이다. 서로 잘 되게 한다는 의미의 상생은 정치·사회·문화·산업 등 어디에서든 인용하기 좋은 용어다. 상생의 정치니 상생하는 사회, 상생의 문화, 대·중소기업의 상생 등의 말이 그렇다. 증산도(도전 2편 28장)에서 말하는 상생은 그래서 은혜를 입었으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되돌려 갚는 것이 상생의 도라고 가르친다. 가까이는 부모·조상·스승의 은혜로부터 크게는 하늘과 땅의 은혜에 이르기까지 두루 갚으라는 것이다. 그게 상생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상생의 도를 실천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지금처럼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하는 기업이라면 아예 상생이라는 단어는 낯설기까지 하다. 특히 벤처기업은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모 벤처기업. 중견기업 대열에 올라선 이 기업은 이전의 대기업처럼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명목은 사업 다각화다. 형태는 협력업체가 공급하는 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방식이다.

 마른 수건 쥐어짜는 방법도 대기업을 닮았다. 대상은 제일 먼저 협력업체다. 비용 상승분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기 일쑤다. 납품 단가 인하를 강요하는 일도 다반사다. 대기업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듯하다. 변한 건 비난의 대상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를 든든히 떠받쳐줄 협력업체가 필수적이다.

 중견 벤처의 상생 노력은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협력업체에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고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벤처마저 대기업처럼 모든 것을 직접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스스로를 궁지로 내모는 격이다. 스타 벤처를 축으로 상호 간 더욱 긴밀한 상생의 우산이 만들어질 때에야 비로소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상생은 그래서 벤처에게 더욱 새롭고 절실한 단어다.

박승정 솔루션팀장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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