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
염홍철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62)의 좌우명이다. 그가 오래전부터 마음속 깊숙이 담아왔던 성어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데 큰 힘이 됐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 ‘참 편하다’고 한다. 그의 경력을 보면 권위와 격식을 따질 만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특별한 별명보다는 그저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말이 뒤따른다. 그도 그렇게 불리는 것에 대해 “실제 나의 모습”이라며 매우 흡족해 한다.
◇남을 알기 위해 시작한 ‘싸이질’=그가 역지사지를 체화할 수 있었던 것은 순탄치만은 않던 과거와 연결된다. 그는 이를 ‘소수파’ ‘비주류’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로 설명했다.
“시골출신인 저는 부친이 말단 공무원으로 생활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학 갈 생각도 못하고, 실업계 고등학교(대전공고)에 들어갔었죠.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대학에서도 어려운 삶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밝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자’는 마음만은 잃지 않았습니다.”
이순(60)을 앞둔 3년전 싸이월드에 그의 미니홈피(www.cyworld.com/joayum)를 연 것도 ‘역지사지’와 떼어 설명할 수 없다. 지난해(당시 대전광역시장) ‘시장님, 우리 일촌해요*^^*’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많이 알려졌지만, 그는 이른바 싸이질에 푹 빠져 있다. 비록 독수리타법 이지만 싸이질 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나이가 정말 무색하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사람을 만납니다. 하지만 대부분 공식적이고 업무적입니다. 나눌 수 있는 대화에 한계가 있죠. 일반인 특히 요즘 신세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잊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됐죠.”
◇中企를 위해 뛰고 또 뛰고=지난해 9월 취임한 그는 그동안 무단히 중소기업 현장을 뛰어다녔다. 사실 그는 대전시장 당시 대덕특구밸리 조성을 주도하는 등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은 각별했다. 중기특위 위원장 취임후 현장방문 때마다 그는 “대기업에 비해서는 분명 중소기업이 약자가 아니냐”며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염 위원장은 현재 매주 한 차례 이상 간담회·기업방문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부처간 정책조정과 협력분위기 조성 등 역할이 제한돼 있기는 하지만 그 나름대로 정책을 도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을 우리 경제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표현한다.
“작은 불씨(중소기업) 하나가 큰 불을 이뤄 냅니다. 중소기업의 역할과 비중을 감안할 때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나아가는 데 있어 건전한 중소기업 육성은 중요합니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어릴적 꿈은 시인, ‘언젠가는 꼭!’=그는 공직을 마감하면 시집을 낼 계획이다. 비록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는 대학시절 모 일간지의 신춘문예에도 입선한 경험이 있는 ‘문학청년’ 이었다. 비록 문학서적은 아니지만 그동안 짬짬이 낸 책도 10권을 넘는다. 그에게 혹시 써 놓은 시가 있는지 물었다. 마치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듯, 읊어 내려갔다.
“창문을 열면/금방 새 한마리가 내 방으로 날아들 것 같은/푸른 아침이다./나만 잠에서 깨어난 게 아니라/나무도 집들도 자동차도 하품을 하며 일어나는데/유독 노란 가로등만 아직도 졸고 있네...(생략)”
기자와 인터뷰 하는 날(25일) 새벽에 떠올라 지었고,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려 놓았다는 시 구절이다.
염 위원장은 지난해 쓰디 쓴 아픔을 경험했다. 작년 대전시장 선거는 본인뿐만 아니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패배였다. 충격이 컸을 것이다. 여러 정황상 할 말도 많겠지만 그는 “시민의 선택”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20세기 최고의 지도자들인 처칠·드골·닉슨이 선거패배 경험과 후유증을 소개했다. 그리고는 이 말을 던졌다.
“저의 패배가 없었다면 저의 용기를 증명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역사를 스스로 기록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남을 먼저 배려하고, 그래서 약자인 중소기업을 꼭 챙겨야 한다는 염홍철 위원장. 그의 활동이 주목된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약력>
△44년 충남 논산 출생 △64년 대전공고 졸업 △72년 경희대 정외과 졸업 △72∼88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88∼93년 대통령 정무비서관 △93∼95년 대전시장 △96∼98년 한국공항공단 이사장 △2000년 대전산업대 총장 △2001∼2002년 한밭대 총장 △2002∼2006년 대전광역시장 △2006년 9월∼현재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저서>
△제3세계와 종속이론(80) △북한사회의 구조와 변화(87) △동아시아 발전의 정치경제(89) △종속과 발전의 정치경제학(91) △통일과 민주화를 향한 대장정(〃) △연애에 빠진 시장(94) △아이러브 대전(95) △국제화시대의 지방행정(일본어 출판·95) △다시 읽는 종속이론(98) △공직에는 마침표가 없다(2001) △함께 흘린 땀은 향기롭다(2005) △시장님, 우리 일촌해요*^^(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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