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렌즈]승계냐, 헤쳐모여냐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창립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기존 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KODEMIA)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설로 가닥이 잡힐 경우 KODEMIA는 법인청산절차를 밟게 돼 흔적이 사라진다. 반면 승계를 할 경우 KODEMIA가 정관 개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는 마찬가지여서 다분히 정서상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도 있다. 하지만 중소 장비재료업체들은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창립의 초석을 자신들이 세웠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헤쳐 모여냐 정관개정이냐중 어떤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2004년부터 3년 동안 기존 장비재료협회를 만들어 이끌어 온 100여개 중소기업들의 노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헤쳐모여’ 형태가 유력하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설립되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칭)는 기존 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의 기존 업무와 직원은 모두 승계하되, 기존 협회는 해산하고 발기인을 다시 모집해 회원사도 새롭게 구성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 회원사인 한 CEO는 “힘없는 중소기업들이 모여 만들었지만 이미 회원이 100개사가 넘는 협회로 자리잡은 만큼, 새로운 정관을 만들기보다는 패널 대기업들의 참여를 계기로 정관을 변경해 기존 협회의 뿌리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장비업체 CEO도 “법인청산이 되면 이미 2004년 설립된 협회는 부정되고 우리나라 디스플레이협회의 역사는 2007년이 출발점이 되는 것 아니냐”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노력을 인정한다는 측면에서도 기존 협회를 승계, 발전시키는 방식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부 중소장비업체들은 중지를 모아 조만간 이 같은 뜻을 공식 표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대기업 중심으로 새판짜기가 본격화된 마당에 이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새로 설립되는 협회가 승계냐, 신설이냐는 방식 논란은 그 결과를 놓고 볼때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단지 수요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이 한 울타리에 들어가 ‘디스플레이산업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뛰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기까지, 자신들의 역할도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중소업체들의 바램이 반영되느냐 안되느냐 정도다.

 수직계열화된 산업구조로 위축돼 있는 중소 업체들의 현실을 감안, 창립되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그들의 노력에 심리적인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는 형식과 절차로 꾸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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