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스플레이협회 성공적인 출범 기대

 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출범이 뒤로 미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고 디스플레이 강국이라고 자처하면서도 그들의 이익을 대변할 만한 조직이 없는 게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의 현주소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협회 설립이 급진전한 것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스플레이산업을 정상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두고 업계 전반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일 것이다.

 협회 설립에 대해 중지가 모였으면 어떻게든 출범을 시켜야 하는 게 관련 업계의 과제다. 지금 협회 설립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초대 회장 선출 문제라고 한다. 세계 1, 2위의 디스플레이 기업인 삼성전자와 삼성SDI, LG전자와 LG필립스LCD 간의 신경전이다. 아니 그룹인 삼성과 LG의 자존심 싸움처럼 비친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다. 관련 부품업체나 소재업체, 장비업체도 눈치 보기에 바쁘다.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난감하다. 협회설립이 좀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주는 대목이다.

 물론 처음 출범하는 협회의 장을 맡는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간판이라는 확고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 강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협회 설립이 보류되거나 늦춰진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이제 한 기업이나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인구에 회자되는 샌드위치론의 장본인이 바로 디스플레이 산업이다. 선발인 일본의 대대적인 투자, 중국의 추격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3대 수출품목으로 자리 잡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어려움은 곧바로 한국경제의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감투싸움이라니 어이없는 일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실체를 잘 모르는 국민의 시선도 따가울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협회가 설립되지 못한 것은 대외적인 환경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제 협회 설립 문제는 디스플레이 산업으로 넘어왔다. 그런데도 협회 설립이 지연되거나 무산된다면 이는 디스플레이 산업 전체의 책임이다. 오죽했으면 중재자인 정부조차 초대회장 임기는 1년으로 하되 다음 임기부터 3년씩 돌아가면서 맡도록 하는 기상천외한 해법을 제시했겠는가.

 삼성과 LG의 경쟁이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의 공세나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기업 간 상생의 필요성이 최근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협회 설립이라는 쪽박을 깨서는 안 된다. 지금은 대기업이 오히려 앞장서 머리를 맞대고 성공적으로 협회를 발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디스플레이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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