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음란 동영상 제대로 차단하려면

　정부가 인터넷 음란 동영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얼마 전 대형 포털에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가장한 음란 동영상이 올려져 사회적인 파문을 일으킨 데 따른 후속조치로 보인다. 이번 정부의 조치로 기업과 민·관 핫라인으로 연결되는 감시 체계가 구축되고, 24시간 인터넷을 감시하는 ‘불법유해정보신고센터’도 설치된다. 또 대형포털에 음란 동영상이 올려지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 해외 사이트는 음란 동영상을 퍼나르지 못하도록 기술적으로 차단되고 음란 동영상에 대한 관리가 소홀할 경우 포털 사업자들에게 강도 높은 법적 제재도 가해진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지만, 이용자부터 매개체인 포털 그리고 해외사이트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음란 동영상을 차단하기 위한 포괄적 조치가 취해졌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인터넷에 음란 동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불법게임에 대한 법적 규제가 만들어지고 단속이 이루어졌지만 이로 인해 불법게임이 단절됐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음란물이 네티즌을 불러모으고, 손쉽게 사업을 벌 수 있는 미끼상품이라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음란 동영상의 유포는 근절되기 힘들다. 음란 동영상이 합법을 가장하거나 법적 규제의 틈을 찾아 기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정부의 강력한 법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 재미삼아 음란 동영상을 올리는 이용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 법 적용을 엄격히 했다면 지금처럼 쉽게 음란 동영상을 올리거나 퍼나르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포털에 대한 제재가 엄격했다면 이들 스스로 불법적인 음란 동영상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 시행해왔을 것이고 그만큼 우리는 깨끗한 인터넷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법 적용의 형평성 문제도 재고해봐야 한다. 통신서비스기업은 매년 담합 등을 이유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물고 있다. 오히려 이들 통신서비스기업보다 사회적 파장이 큰 포털이 이에 상응하는 벌금이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포털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력히 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앞으로 제대로 실천될지 지켜볼 일이다. 인터넷은 이제 하나의 사업도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프라다. 따라서 사회 인프라를 활용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면 이로 인한 부작용이나 사회적인 피해의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또 시중에 대거 쏟아지고 있는 음란 영상물 차단 소프트웨어가 제기능을 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이 제품들이 제대로 음란물을 차단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제품을 믿고 자식의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준 부모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음란물 차단 SW에 대한 전반적인 검증을 통해 무늬만의 유해물차단 SW가 유통되지 않도록 함께 대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