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자산업 불균형 성장 해소에 주력해야

 산업자원부가 전자부품연구원과 공동으로 디지털TV·휴대폰·디스플레이 등 유망 전자제품 30개 품목을 대상으로 국산화 및 기술경쟁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전반적인 기술력이 전년 대비 5∼10%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CD TV와 PDP TV 등 디지털 TV의 경우 선진국과의 치열한 경쟁 및 지속적인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술력과 국산화율이 90% 선에 육박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국내 전자업계가 생산비 절감과 기술개발에 노력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가능했다고 본다. 국내 IT산업이 지난해 545억달러의 흑자를 달성하고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율이 지난 2002년 26.3%에서 작년에 38.4% 수준까지 높아진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꾸준한 기술력 향상이 IT코리아의 기반을 다지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주요 전자제품의 기술경쟁력이 높아졌지만 분야별 또는 완제품과 부분품 간 기술격차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 전자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 디지털 TV나 휴대폰 등의 기술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지만 홈네트워크 서버, 리튬폴리머전지, 전자태그(RFID), UWB, 디지털 셋톱박스 등 전자제품 국산화율은 제로 수준이거나 30% 미만에 머물렀다.

 특히 정부나 업계 모두 기술개발과 시장창출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홈네트워크 분야나 RFID 분야의 기술이 국제 수준에 크게 미달했다는 것은 뜻밖이다. 디지털 TV나 휴대폰 이후의 히트 상품을 찾아야만 하는 국내 전자업계에 이 같은 불균형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외국 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된다.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부분품이 완성품에 비해 기술 경쟁력이 뒤처지거나 완성품에 국산 부품 채택 비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을 좌시해선 안 된다. 완성품에 들어가는 부분품은 그동안 대일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분품이나 소재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뚜렷하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품소재산업의 기술력을 높이는 것은 국내 전자산업의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완성품보다 부품소재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져야만 국내 전자산업의 건강성이 보장되며 전자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유도할 수 있다. 지금 상태로 방치하면 국내 전자산업 전반에 불균형이 심화되고 수출로 벌어들이는 과실의 많은 부분을 외국 업체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앞으로 ‘선택과 집중’ 원칙에 입각해 전략적 개발 분야를 선정,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전자산업 전반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서 이뤄져야 한다. 언제까지 완성품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일본 기술에 의존할 것인가. 부품소재산업의 지속적인 육성이 전자산업의 불균형 성장을 해소하고 한국 경제의 지반을 튼튼히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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