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여가수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무차별적인 인터넷 악성 댓글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이 거세졌으며 정화작용도 일어나고 있다. 악플로 대표되는 사이버 폭력은 인터넷 사용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방송성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기록성이 있어서 그 여파가 대단히 크다. 악플은 주로 집단적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경우는 크고 지속적인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가해자의 익명성 때문에 당사자를 알아내기도 힘들고 설사 알아내도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네티즌 다수가 받아들이는 것과 조금이라도 다른 시각의 의견을 내는 경우 그것은 부메랑처럼 당사자에게 돌아와 신상정보 노출 등의 피해는 물론이고 그 가족에 대한 위협 같은 오프라인의 피해로까지 연결된다.
더욱 큰 문제는 인터넷에서 무차별적인 욕설이나 인신공격을 하는 악플러의 대부분은 악플 쓰기의 쾌락에 중독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알코올이나 약물중독과 같이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되면서 그 수위가 높아진다. 그에 반비례해 양심의 잣대는 점점 낮아지는 것이 문제다. 악플러의 심리 이면에는 공격적인 본능이나 남에게 칭찬받고 싶고 남보다 잘나고 싶고 남을 지배하고 싶은 욕구가 자리잡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런 본능을 억누르는 사회성을 가지고 있지만 악플러들은 사회화가 부족한 심성으로 타인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고 순간적인 만족감에서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대부분의 네티즌이 이제는 ‘네티켓(netiquette)’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겨두기엔 인터넷이 심각하게 오염됐다고 입을 모은다. 표현의 자유를 막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의 이유를 들어 실행 여부의 논란이 제기됐던 인터넷 실명제 역시 이번 여가수의 자살 사건 이후 전면적인 시행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어졌다.
실제 대통령 선거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가열될 것으로 보이는 오는 7월 부분적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된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의 공공기관 및 포털 사이트의 경우 게시판 등을 설치 운영할 때 이용자에 대한 본인 확인을 거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미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가 회사별로 기준안을 마련해 ‘보이는 손의 힘’을 빌리고 있다. 회원 가입 시 실명 확인을 하거나 게시판 댓글 작성 시 반드시 실명 확인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드림위즈에서는 실명 확인 단계가 생긴 이후 전체 댓글이 20% 정도 줄어들었고 악플의 경우는 30% 이상 줄었다. 악플이 걸러지는 효과가 확연히 눈에 띄지만 건전한 비판정신의 표현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나 주목해볼 만한 것은 2006년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조사해 발표한 자료다. 조사 대상자인 만 13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1000명 중 96.2%가 평소 인터넷을 사용할 때 네티켓에 의거해 올바른 이용을 생활화하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가 3000만명가량 된다고 본다면 네티켓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다고 선언(?)한 3.8%도 엄청난 수임이 틀림없지만 일단 95%가 넘는 네티즌이 선량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사람과 차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인도와 차도를 만들고 차선을 구분해 다니게 하되 사거리에는 신호등을 설치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제도나 규칙도 만들지 않고 알아서 질서가 유지되길 바라는 건 어렵다. 그러기엔 차들도 많고 사람도 너무 많다. 하지만 도로를 정비하고 교통법규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도 교통법규를 어기는 사람이나 심지어 음주운전을 해서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항상 생겨난다. 인터넷 악플 역시 이와 같은 네거티브 원리에 지배되고 있다.
사이버폭력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법은 아직 누구도 내놓지 못했다. 아니 앞으로도 명쾌한 답이 나오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한계에 부딪혔다 해도 결국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인터넷 이용에 대한 예의범절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익히게 해 건전한 사이버문화를 만들고 사용자들의 자정능력과 내성을 키우는 것이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손이 제 구실을 다하도록 하는 보이는 손의 기능과 역할이다.
◆박순백 드림위즈 부사장 spark@dreamw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