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김원식 TTA 신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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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장은 “표준화는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을 통일하고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퇴임할 때 TTA가 표준화와 시험인증기관으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면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 중에는 만난 뒤 유독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들이 있다. 김원식(54) 신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도 그런 인물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TTA사무실에서 어렵게 그를 만난 건 회장 취임후 불과 며칠이 지난 어느날 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약속했던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한참 업무파악 중인 그에게 차마 시간을 더 내달라고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기자도 다음 일정이 급해서 아쉬운 인사를 했는데 뜻밖에 그가 다음날 메일 한통을 보내왔다. 과거와 현재 얘기만 하다보니 미래에 대한 얘기를 못했다며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장문의 글로 써서 보낸 것이었다. 열정에 새삼 놀랐고, 대충 넘어가지 않는 꼼꼼함이 느껴졌다. 강한 인상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IT발전과 함께했던 27년 공무원 생활

“공무원을 그만두고 달라지는 느낌이라면 한 곳에 오래 근무하고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일 텐데, 제 경우는 다릅니다. 공무원으로서도 노동부, 상공부, 체신부, 정통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다양한 일을 담당했었기 때문에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심지어 월드컵조직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느낌입니다”

김 회장은 지난 80년 노동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지난 1월까지 27년간 공직생활에 몸을 담았었다. 그리고 나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TTA 회장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너무나 익숙했던 만큼 민간인으로서의 사회생활이 어색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대답은 달랐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두렵기보다 설렘과 기대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김 회장은 공직에 있을 때 매번 자신의 위치가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IT산업의 발전 역사와 함께하는 자리에 많았었기 때문이란다.

“제가 IT산업의 발전을 이끌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 힘을 보탤 수 있는 자리에 있어서 행운이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태동기에 상공부에서 담당업무를 맡고 있었고 PC산업이 발전해가는 과정도 함께했습니다. 또 벤처산업 육성하는 정책도 담당하는 등 IT산업의 성장을 보고, 함께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파견 때는 중요한 IT 발전계획의 하나인 ‘정보사회종합대책’ 수립 실무를 맡았다. 체신부가 정보화와 정보산업육성 업무를 맡게 되면서는 체신부로 적을 옮겼다. 그의 말 그대로 국내 IT 발전단계의 순간순간마다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일들을 행운 탓으로 돌리는 겸손을 잊지 않았다.

덕분에 그가 공무원으로 첫 발을 디딜 때 생각했었던 신념도 지킬 수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발전에 작더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라는 공무원으로서의 포부를 세웠었다. 그 포부대로 김회장은 지금의 IT산업이 발전하는데 음으로 양으로 힘을 보태왔다.

◇TTA 수장으로서

“나폴레옹이 유럽을 정복할 때는 대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예컨대 대포를 어떻게 이동시켜 전장에 배치하느냐하는 거지요. 당시는 말 한마리가 대포 하나를 이동시키는 방법을 썼는데, 나폴레옹은 포를 표준화하고 이것을 분해해서 한꺼번에 수레에 싣고 다녔습니다. 이를 통해 더 빨리 더 많은 대포를 이동배치할 수 있었고, 이것이 승리하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김 회장은 표준을 잘 활용한 사례로 나폴레옹의 예를 들었다. 지금 세계는 표준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표준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표준화 전문기관으로서 TTA 회장의 자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폴레옹의 예는 표준화의 효율성과 중요성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해줄 정도라는 뜻이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표준화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세계와 연계해 국제 표준화를 강화하고, 업계의 디팩토(업계 표준)에도 적극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의 민간 표준화기구와도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IT 기술이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과 융합하는 추세에 맞춰 IT를 넘어 타 분야의 표준화를 위해서도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김 회장은 “표준화는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을 통일하고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퇴임할 때 TTA가 표준화와 시험인증기관으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면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화와 미래에 대한 당부

“미래가 중요하지만, 현안에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합니다.”

정통부 미래전략본부장 출신의 그는 유난히 미래를 강조했다. 인터뷰 다음날 보내온 메일에서도 정보통신산업과 미래의 중요성을 얘기했을 정도다.

김 회장은 메일에서 “정보화는 정보통신 분야만의 일이 아니다”며 “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를 변화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에 정보화가 늦어진다면 우리나라 전체의 발전이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 외국이 정보화에서 뒤처짐을 뉘우치고 선두가 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정보화는 자전거처럼 속도를 늦추면 균형을 잃고 쓰러지니, 고삐를 늦추지 말고 앞을 보고 매진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보통신 산업은 현재 우리나라 GDP의 15%, 수출의 35%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당분간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갈 수밖에 없다”며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각 나라의 경쟁 우위가 있는 분야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분야를 비롯하여 자동차·조선 등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내에서 더욱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매우 파괴적이며 창조적인 시도가 많아야하고,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이의 적용을 과감하게 해야 하며, 다른 분야와의 융합도 이뤄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은 이러한 새로운 도전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김원식 회장 약력

△ 대전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전기공학 학사

△ 미시간대학교대학원 경영학 석사

△ 제15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 공업진흥청 표준국

△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 기술기준과 과장

△ 대통령비서실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

△ 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 소장

△ 정보통신부 미래정보전략본부 본부장

△ 제8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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