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한과 중국을 하나로 묶는 삼각 끈이 필요하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해 옌볜자치주를 IT와 관광중심도시로 지정, 자금을 지원해 백두산에 호텔과 비행장을 만들고 있으며 옌지에는 28층 규모의 신산업 빌딩을 착공, 내년 9월이면 준공하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무조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항의하고 반대하거나 괜찮겠지 하는 방관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동북공정을 고구려나 발해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중국의 낙후된 동북부 지역의 개발과 북한 개발까지를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모든 역사는 사실로 증명되지 않고는 인정받을 수 없다. 물증이나 자료가 있어야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지 소설을 쓴다고 해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동북부와 우리의 지난 역사에 대해 중국정부가 대대적인 투자를 하며 준비를 할 때 우리 정부나 학자들이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어떻게 보면 중국이 장기간 막대한 자금을 들여 역사적 사실의 왜곡을 준비할 때 우리는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되고 우리 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보태진다면 한중 역사 문제는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동북개발공정에 우리가 참여하는 방법은 없는지 한번쯤 발상을 전환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북부 지역은 물론이고 북한 개발에도 적극 참여하고 더 나아가 그곳의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중국의 동북부 개발과 북한 개발에 많은 인재가 필요하지만 지금 중국의 동북부 지역에는 대단위 사업에 필요한 인재가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백두산을 비롯한 동북삼성지역 개발사업에 투자를 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면 옌볜자치주는 물론이고 중앙정부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위험요인이 산재한 북한 개발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 간다면 더욱 안정적인 대형 사업기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같이 일하고 나누는 것은 세상의 기본적 질서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중국은 동북부에 대단위 개발을 하고 북한을 지원 및 개발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어려움과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이 추진 중인 일에 무임승차를 시도하거나 무턱대고 방해한다면 한중 두 나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이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옌볜과학기술대학이 설립한 R&D센터에는 이미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이 입주해 IT 인력양성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자체적으로 5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양성된 고품질 IT인력을 옌볜에 수급해 기술을 향상시키고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
남북 엔지니어가 함께 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문화적 관습을 이해하기 쉽고 언어소통이 유리한 조선족 엔지니어가 동참한다면 더욱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옌볜과학기술대학의 R&D센터가 평양지식산업단지와 협력해 또 다른 역할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이는 북한의 고급인력을 해외에 송출하는 창구로 활용하는 것으로 단순히 노동력을 해외에 파견하는 종전의 사업과는 매우 다른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고급 IT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동북부의 IT사업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통일 전후를 대비해서라도 동북지역 개발사업에 우리가 지금 참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북핵 문제로 국제사회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면 중국이나 북한과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우리 입장에서도 만족할 만한 새로운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 cea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