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적인 경영혁신 기류는 ‘스피드’다. 스피드는 시간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요즘처럼 보다 빨리, 일찍 하는 사람이 주목받는 시대에 누구보다 ‘먼저 한다’는 것은 기회를 선점한다는 뜻이다. 이미 선진국 기업은 스피드를 경영전략의 시각에서 접근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경영전략에서 볼 때 스피드경영이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력을 극대화함으로써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서비스를 남보다 빠르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총칭한다. 더불어 제품개발부터 시장 장악까지 기회선점 기간을 최소화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런 경영전략은 업무 시간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고객은 원하는 서비스를 더욱 빨리 제공받을 수 있어 더 큰 만족감을 얻게 된다. 또 미래 유망사업을 조기에 발견하고, 선행 투자하고, 선두 확보하고, 신상품을 조기에 출시하고, 기술과 인재를 선행 확보하는 등 기회선점도 스피드경영의 한 부분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스피드경영은 삼성·현대 등 대기업의 경영 전략으로 소개되면서 작년부터 국내에 빠르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스피드를 최대한 올리지 않고는 다른 부분이 잘한다 하더라도 성공하기 힘들다”고 강조했고,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과감한 스피드경영을 내세워 글로벌 기업으로의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이미 선진국의 자동차 및 휴대폰 업계 등 트렌드에 민감한 시장에서는 더욱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해 신제품 개발과 출시 기간을 절반가량 단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스피드경영에 대한 오해를 가지기도 한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스피드경영이 기업 생존에 오히려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영전략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하고 의미만을 강조해 초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는 스피드 경영의 일부인 신속한 결정과 빠른 처리만을 강조해 오히려 위험 부담이 커지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한다. 적절한 시간 활용이 아닌 속도만을 강조한 기업은 직원의 업무량을 더욱 늘려 부담을 주거나 내부 조직 체계를 깸으로써 스스로 위협 요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스피드경영이 어느 정도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지 못하거나 서비스가 엉망이라면 남보다 빨리 기회를 선점하려 애써도 소비자는 외면하게 마련이고, 독창적인 제품이 있어도 적당한 타이밍을 놓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업 조직구조가 튼튼히 구축된 기업이 아니라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스피드경영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경영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징을 정리하면 네 가지로 축약할 수 있는데, 첫째 경쟁사에 비해 신상품을 먼저 출시하는 기회선점, 둘째 의사결정과 상품개발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 셋째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상품을 공급하는 타이밍 경영이다. 마지막으로 고객의 욕구를 재빨리 만족시키는 유연경영을 꼽을 수 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 하나가 있다. 바로 스피드경영에는 조직전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계층보다는 조직전체가 역동적으로 참여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기업 전체에 적용, 시스템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코이드도 2007년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스피드경영의 해로 선포하면서 가장 먼저 워크숍을 통한 직원 사내 교육을 진행했다. 이는 무조건 스피드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성을 짚고 미리 나아가서 대비하기 위함이다. 인적자원이 스피드경영의 결정요인이며 직원이 권한과 능력을 가지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과거 100년의 변화보다도 앞으로 10년의 변화가 더 빠를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인터넷·네트워크의 발전이 사회 변화를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시대에 비즈니스 기회를 얻으려면 목표에 빨리 도달하는 스피드를 갖춰야 한다. 변화가 있을 때 재빨리 파악해서 대처하는 것이 경영이다. 앞으로도 빨라진 변화속도와 짧아진 시간개념, 정보량 급증 등의 환경변화가 스피드경영을 더욱 요구할 것이다.
21세기 글로벌 환경에서 스피드경영으로 승부수를 띄운 우리나라 기업들이 멋지게 선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박종수 코이드 사장 parksoo@koi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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