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위한 비디오콘-리플우드 측의 협상이 끝내 가격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무산됐다. 4일 대우일렉 매각 주관은행인 우리은행에 따르면 40여개 채권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비디오콘-리플우드 컨소시엄의 최종 가격 요구안 수용 여부를 묻는 부의안을 대부분 취합한 결과 안건이 사실상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부의안이 받아들여지려면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한데 대우일렉 지분 57.4%를 보유한 최대주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우리은행 측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나머지 채권단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안건이 부결되게 됐다.
협상 초기부터 헐값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번 협상이 결국 결렬된 것은 헐값 매각에 대한 국민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성공적인 기업매각 모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 굵직굵직한 기업의 인수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대우일렉의 사례가 재현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협상 재개가 최대 관건= 이번 결과에 따라 앞으로 대우일렉은 매각과 독자생존의 기로에 서게 됐다. 현재 매각을 위해 접촉하는 곳은 비디오콘 하나뿐으로 매각 협상의 끈을 놓게 되면 방향타는 자연히 독자생존 쪽으로 흐른다. 따라서 채권단 역시 매각 결렬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 MOU는 일단 파기됐지만 협상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는 여운을 남겼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비디오콘 측이 수정안을 제시한다면 한두 번 정도 더 협상을 시도할 여지는 있다”며 “현재는 비디오콘 측이 유일한 매각 협상자이며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정안이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우일렉은 ‘투자가 선행되지 않은 무조건 매각은 전혀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하이디스의 매각에 따른 후속여파를 보아온 터라 투자 우선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다. 일부에서는 “제대로 투자받지 못하고 팔아넘길 매각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독자생존에 무게 실려= 결국 대우일렉의 향배는 비디오콘의 수정안 여부다. 대우로서도 가장 최선인 안이다. 그러나 현재 비디오콘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채권단 역시 마찬가지다. 파격적인 가격 조율이 없다면 매각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 경우 독자생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다른 매각협상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오래 끌 수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대우일렉은 실낱 같은 매각 협상의 길을 열어 놓았지만 ‘자력갱생’에도 집중해야 하는 ‘반타의적 선택’의 갈래에 서 있다. 매각과 관련해 한 관계자는 “협상이 파기된 상황에서 자력으로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다른 대안을 모색해봐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기업 매각의 선례를 바꿔야 하는 국민정서에도 채권단은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대우일렉 사태는 매각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일단 ‘독자생존’에 무게감이 실릴 전망이다.
배지헌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해도 대형 기업의 매물이 줄줄이 예상되지만 결코 M&A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정확한 가치 평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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