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대폰 예절교육이 필요하다

　정부가 청소년의 과다한 휴대폰 사용을 막기 위해 내년 3월에 청소년 전용 ‘그린계약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그동안 청소년의 휴대폰 과다 사용으로 인해 집안 분란과 사회적 갈등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와 내년부터 ‘그린계약서’와 함께 상세 요금고지서 발행, 청소년보호 약관 규정 신설, 부가서비스 부당 가입 확인을 위한 ‘해피콜제’ 도입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은 의미가 상당하다. 우선 청소년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이동전화 요금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청구되는 부작용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리 판단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의 무분별한 서비스 이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만으로 청소년의 휴대폰 과다 사용에 따른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삼위일체가 돼 청소년이 휴대폰에 지나치게 빠지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부모가 모범을 보이며 학교에서는 체계적인 휴대폰 예절교육을 실시할 때 올바른 휴대폰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올 초에는 10대 청소년이 두 달간 휴대폰 무선인터넷게임 사용요금이 370만원이 나오자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까지 일어났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기 쉬워짐에 따라 자녀들이 부모의 휴대폰을 통해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지방에 사는 모씨는 외출을 하며 휴대폰을 집에 놓고 간 사이 초등학생 자녀가 휴대폰 무선인터넷게임에 접속해 92만원의 요금이 청구된 적도 있었다. 비록 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청소년의 휴대폰 과다 사용이 빚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들이다.

　현재 우리나라 휴대폰 인구는 40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10대의 휴대폰 가입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 중·고등학생 10명 중 8명 정도는 휴대폰을 갖고 있으며 초등학생도 10명당 3∼4명 꼴로 휴대폰을 사용한다는 통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에 제도 개선을 통해 내년 3월 청소년 전용 가입계약서를 도입하고 요금사용 내역을 자세하게 고지한다면 부모가 요금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더욱이 청소년이 성인콘텐츠에 접속하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이트에 접속해 요금이 과다하게 나오지 않도록 ‘청소년보호 약관 규정’을 신설한 것도 잘한 일이다.

　IT강국답게 이미 휴대폰은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휴대폰은 의사소통의 유용한 수단으로써 편리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나 스팸, 과다 요금 등의 어두운 측면도 있다. 심지어 휴대폰 증독 증세를 보이는 청소년도 있다. 얼마 전 한 청소년단체가 전국 300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의 휴대폰 활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말한 청소년이 74%에 이른다고 한다. 청소년의 휴대폰 가입자 증가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과다 사용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우리가 개선해야 할 과제다.

　우선 이동통신업체들이 신규 시장인 청소년층을 겨냥한 ‘10대 모시기’ 과열경쟁을 지양해야 한다. 다음은 청소년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갖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예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부모가 휴대폰 사용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자녀와 휴대폰 사용규칙을 정해 함께 이를 지키도록 하면 가정 내 갈등이나 과다 사용도 해결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올바른 휴대폰 사용법과 예절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휴대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우울한 자화상을 우리가 개선할 때 청소년의 예의바른 휴대폰 문화는 정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