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전자유통은 이렇다 할 전문상가가 없어 양판점과 대리점, 할인점이 서로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유통상가들이 신흥 주거지역을 파고들며 치열한 고객 확보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매장 규모를 더욱 확장해가는 ‘탈(脫) 도심화 및 대형화’는 전북지역 전자유통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전북지역에는 양판점과 대리점, 할인점이 고루 포진돼 있다.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대리점이 40%,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 등 양판점이 35%,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할인점이 25%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할인점과 양판점이 공격적으로 출점하고 있어 머지않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리점을 따라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수냐, 탈환이냐’ 전주를 잡아라=전북지역에서 가장 큰 상권은 도청 소재지가 있는 전주시다. 인구 60만명인 전북 제1의 도시 전주에는 양판점 6곳과 할인점 3곳, 대리점 19개 등 28개의 전자 유통업체들이 도심과 주거지역에 한꺼번에 몰려 있다.
그중 왕복 8차로인 아중교차로∼평화 4거리(10㎞) 구간인 백제로에는 하이마트·전자랜드21·삼성전자·LG전자 등이 모두 출점해 사투에 가까울 정도의 경쟁을 벌이는 대표적인 상권이다. 이곳의 객단가는 55만원 선으로 전북지역에서 단연 높다. 또 지난 2000년 전후부터 매장 규모를 100평 이상으로 키우거나 대로변으로 이전한 뒤 단골 위주의 고객 관리를 하면서 전북권에서 최상위권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할인점이 전주지역에 속속 출점하면서 양판점과 대리점 간의 양분 대결구도가 깨지기 시작했다. 이마트를 비롯해 홈에버(옛 까르푸), GS마트가 최근 2∼3년 내 문을 열고 전자제품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조만간 홈플러스도 오픈할 예정이어서 전주지역 전자유통은 양판점과 대리점, 할인점 간 3강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유통업체들의 경쟁은 몇 년간 제자리 걸음을 보이고 있는 인구의 정체성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익산·군산 등도 본격 경쟁체제 가세=전북지역 제2·3의 도시인 익산·군산에서도 할인점과 양판점, 대리점이 사활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구 33만명인 익산에는 전북지역의 대표적인 소비도시답게 양판점 3곳과 대리점 7군데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동시에 문을 열면서 경쟁구도에 붙을 지폈다. 아직까지 양판점과 대리점이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할인점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 한치 앞을 점칠 수 없다는 게 지역 유통업계의 전언이다.
익산에 비해 소비가 다소 침체돼 있는 군산에서도 경쟁구도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할인점(이마트) 1곳에 양판점 3곳, 대리점 5개가 들어서 있는 군산에는 내년에 롯데마트가 입점할 계획이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읍·남원 등 농촌형 도시는 양판점 강세=인구 10만명 안팎인 정읍시와 남원시, 김제시에는 양판점과 대리점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한 곳에서 여러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농촌 고객의 특성상 양판점이 다소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중 남원에는 할인점(이마트)까지 입주해 전자유통의 경쟁은 인구 5만∼7만명의 소규모 농촌형 도시에서도 예외는 아님을 알수 있다. 전북지역 유통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전주와 익산을 비롯해 소도시에 할인점이 잇따라 진출할 계획이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구도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효자점
“직원들의 만족 없이는 고객들의 만족도 없습니다.”
삼성 디지털프라자 효자점 김종희 사장(50)의 지론이다. 15년 넘게 컴퓨터 매장을 운영해오다 지난 2003년 전자제품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사장은 “직원부터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아야만 고객에게 자발적으로 최선의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직원은 곧 고객’이라는 신념으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믿음처럼 효자점 직원 6명의 친절은 입소문이 자자하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매장을 방문했을 때는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며 자식처럼 살갑게 제품을 소개하고, 비슷한 또래의 여성고객이 찾았을 때는 여직원은 서슴없이 “언니”라 부르곤 한다. 무상 서비스기간이 임박해질 무렵, 전화를 걸어 제품 이상 유무를 확인해주는 것도 이곳의 차별화된 서비스 중 하나다.
전주에서 매출 1·2위를 기록하는 효자점의 최대 강점은 직원 대부분이 김 사장과 10년 넘게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는 것.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김 사장은 매장에서 얻은 수익은 직원과 함께 나눠 지난해 연봉 1억원이 훌쩍 넘는 직원도 탄생했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를 유치해 집객 효과가 더욱 높아진 효자점은 평생 애프터서비스 제도와 문화공연, 고객사은행사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또 우수고객 초청 간담회와 불우이웃 돕기 등의 행사를 통해 지역민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LG 효자프라자
‘이만기·안성기·강호동씨가 전자 제품을 판다(?).’
LG 효자프라자(지점장 김민호)에 들어서면 인기 연예인의 명찰을 단 직원들이 환한 미소로 맞이한다. 7명의 직원 모두 유명 영화배우와 운동선수, 아나운서 행세를 하고 있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유명인의 이름처럼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으로 섬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욱 친절하고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찾던 차에 채택하게 됐습니다.”
김민호 지점장(39)은 “자체 대리점 로고와 직원 얼굴 사진을 넣은 명함을 제작해 사용하고 특히 인터넷 포털 ‘다음’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다른 매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세대 감각의 톡톡 튀는 전자매장이 최대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새롭게 문을 연 LG 효자프라자는 105평 규모의 중소형 매장이지만, 백제로 대로변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10년 넘게 전자매장을 운영해온 김 지점장의 노하우 덕분에 LG 대리점에서는 수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주변에 아파트 등 주거지역이 밀집돼 있는 점을 감안해 PDP TV의 특화 매장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고객이 TV를 구입하기 전에 아파트별로 설치 사례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직원이 직접 동행해 제품을 설치해주고 있다.
김 지점장은 “판촉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직원들과 매일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매장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이마트 효자지점
전북 최대의 상권인 완산구 효자동에 자리 잡은 하이마트 효자지점(지점장 강명수)은 매장 크기 역시 전주 시내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500평의 넓은 매장에 차량 50대를 동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있다.
지난 2003년 3월, 평화동에서 이전해 새롭게 문을 연 효자지점은 21명의 직원이 고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4만2000여명의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효자지점이 전북 최대의 전자 매장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비결은 핵심상권에 위치한 입주 여건과 함께 철저한 고객관리에 있다. ‘우리 동네 하이마트’라는 슬로건 아래 매주 금요일마다 단골고객에게 우편물(DM)을 발송하고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리플렛을 배포하며 신규 고객 창출에 나서고 있다. 또 특정 요일 출근시간에 고객에게 감사의 인사드리기를 실천하고 정기적으로 단골고객에게 문자 메시지(SMS)로 제품 및 이벤트 정보도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단골고객의 재구매율이 80%에 이르고 있다.
이와 함께 직원의 70% 이상이 오픈 멤버로 이직률이 낮은 편이다. 이는 고참 직원이 새로 들어온 직원에 일대일로 상품지식 및 고객 응대요령 등을 가르쳐주는 후견인 제도를 도입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명수 지점장(41)은 “고객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매장이 위치해 있는데다 친절로 무장한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전북 최대의 전자매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감동적인 친절 서비스로 전주 최고의 매장으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전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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