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이 땅의 과학기술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 지난 2년은 시련의 시간이자 동시에 희망을 만드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시련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왔다. 한 연구자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더니 연구과정의 윤리문제가 제기되고, 급기야 연구의 진실성 자체가 도마에 올라 나라 전체가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동안 과학기술계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과학기술이 전문가만의 영역으로 간주돼 모든 의사결정을 소수가 독점하던 시대와 이별을 고하고, 연구개발(R&D)의 목표 설정뿐 아니라 R&D 과정까지도 끊임없이 국민의 이해와 검증을 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과학기술의 주인공이 연구자가 아닌 국민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한 만큼 많은 상처를 남기긴 했지만 지난 2년은 의미 없이 흘러간 것은 아니다. 그 속에 분명 희망이 있었다.

 또 다른 의미에서 지난 2년은 과학기술계에 뜻깊은 시간이었다. 22개 정부 부처 중 하나였던 과학기술부가 지난 2004년 10월 부총리 부처로 승격하면서 새로운 과학기술 행정체계가 자리를 잡았다. 부총리 격상과 함께 설치된 혁신본부가 R&D 투자의 총괄 조정 기능을 수행하면서 지난 2년간 우리 과학기술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게 됐다.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과학경쟁력은 2003년 세계 16위에서 2006년 12위로, 기술경쟁력은 2003년 27위에서 2006년 6위로 뛰어올랐다. R&D의 양과 질을 재는 잣대인 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저널 게재 논문 수도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도 고무적이다. 33개 출연연구소가 집중 수행할 71개 톱 브랜드 프로젝트를 선정함으로써 원자력과 우주항공 등 각 분야에서 미래성장동력 사업에 분명한 포커스가 맞춰진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소도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이용한 아·태 중성자 과학 연구 거점 구축, 안정 동위원소 기술 개발, 우주 방사선 대응 및 활용 기술 개발 등 3개 톱 브랜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다.

 톱 브랜드 프로젝트는 앞으로 20∼30년 뒤 우리 국민의 먹거리, 살거리를 책임질 핵심 R&D 사업 중 하나다. 최근 확정된 정부안에 따르면 내년도 나라 살림 가운데 R&D 예산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톱 브랜드 프로젝트를 비롯한 R&D 노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과학기술이 국가 경제 발전의 동력을 창출하는 임무를 맡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국민의 기대와 지원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더욱 큰 책임을 느낀다.

 오늘날 과학기술계에 주어진 책무는 단순하지 않다. 성장이라는 목표 하나면 모든 것이 이해됐던 70·80년대 고도성장기와 달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급속한 도시화와 에너지 고갈, 지구 온난화와 이로 인한 생태계의 급속한 파괴라는 겹겹의 난제를 해결하고 후손들에게 번영된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이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과학기술인에게 맡겨진,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지난 2년의 성과를 되돌아보면 답은 더욱 분명해진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과학기술, 친환경적이면서도 글로벌 경쟁을 뚫고 우뚝 설 수 있는 기초 원천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살 길이다.

 지난 2년보다 더 나은 2년이 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계 종사자 모두 신발끈을 졸라매고 다시 뛰어야 할 때다.

◆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ckpark3@kae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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