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올 연말 상여금 지급 계획에 대한 질문에, 최근 만난 휴대폰 부품업체 사장은 이같이 말끝을 흐렸다. 올해 실적이 예년만 못하다는 얘기다. 고생한 생산라인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정성(?)을 보이고 싶지만, 곡간이 넉넉지 않아 고심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동일한 질문에 미소로 답을 대신한다.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올해 마감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휴대폰 부품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밑지는 장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빅3 휴대폰 제조사가 올 상반기 모토로라 레이저 폭풍에 휘말려 고전했던 여파가 부품업계에 그대로 전이된 듯하다.
이제 부품업체들이 이익률 두 자릿수를 확보하기는 상당히 힘들어졌다. 단가인하 압력도 원죄처럼 항시 따라다닌다. 특히 50달러 이하 저가폰용 부품은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꾀하면서 앞으로 더욱 경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선행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필수조건이 됐다. 제조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단순히 부품을 생산·납품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첨단 소재, 초소형 부품 등 벤처정신으로 무장하고 한 발 앞선 기술력을 갖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 ‘영원한 동지’는 생각할 수 없는 시대다. 휴대폰의 제품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케이스·키패드·안테나 역시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년 휴대폰 부품업계 전망이 밝게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 수도권에 제공 중인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가 내년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 역시 뮤직폰이 킬러앱으로 부상하면서 멀티미디어 강국인 국내 부품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슬림 열풍과 휴대폰 소재의 변화는 업체들의 희비를 교차시키고 있다. 중국행도 가속화되고 있다. 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고 한다. 부품업계도 전환기를 맞아 지속 가능한 성장 계획 마련에 착수해야 할 때다.
김원석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ston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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