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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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이후 유엔의 안보리 제재 결정과 북한의 추가 핵실험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다가 어느새 새로운 국면으로 이행하는 분위기다. 북한이 12월 초·중순에 6자회담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한국전쟁의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도 미국이 북한과 협상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 분위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지만 문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미국으로서는 아직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BDA 금융제재를 해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며 북한도 미국의 부시 행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북한의 6자회담 참여 의사는 미국과 북한의 한발씩 물러서기 협상이 주효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중국의 압력에 기인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 핵문제를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북한에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태도변화의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15년이 넘는 북핵문제 관련 협상과정에서 중국은 북한의 후견국으로 인식됐고 실질적으로 그런 역할을 했다. 중국은 북한이 붕괴되거나 중국에 등을 돌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지난 7월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중국의 반응은 지금까지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미온적이었다. 미사일 발사 이후 채택한 안보리 의장성명이라는 것에 중국이 참여하기는 했지만 실질적 구속력은 없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북한이 대미교섭의 필요상 핵개발 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중국이 용인했을 수도 있다. 북한도 중국에 핵개발 게임은 미국을 움직이기 위한 카드지 핵보유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약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10월 9일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은 달라지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 핵보유가 중국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즉각 북핵 제동에 나섰다. 중국은 외부세계에 알려진 이상의 대북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의 원유수송량을 대폭 줄이고 있으며 북한과의 정기항공 항로 취소, 4대 국유은행의 북한과의 거래동결, 경제지원 보류, 북한에서의 일부합작 계약 및 기술프로젝트에 기술자 파견 보류, 대북관광 자제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북한 체면을 고려해 중국이 대외적으로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매년 수십만톤의 식량지원과 50만톤 이상의 원유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 원유수입의 80%를 차지한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는 치명적이다.

이처럼 중국이 북한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어떤 시나리오도 중국에 불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도성장에 긴요한 동북아정세의 안정이 무너질 수 있으며 일본의 군사대국화의 명분이 돼 동북아 각 국의 안보정책이 큰 폭으로 바뀔 수 있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대미·대일 관계 개선에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북한핵에 중국도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고조로 북한이 붕괴되는 것도 중국에는 부담이다.

중국은 국제사회화의 관계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제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북한문제 때문에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수 없으며 특히 북한핵문제를 해결하라는 미국의 기대를 거부하기도 어렵다. 이런 점에서 북한 핵보유 저지는 중국의 대북정책의 기본방침으로 정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것을 인식하고 중국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탕자쉬안 국무위원, 다이빙궈 당중앙대외연락부장, 우다웨이 차관이 북한을 방문해 북한 측의 6자회담 참여의사를 받아내고 돌아온 것이다. 중국의 외교적 요청에 북한이 양보한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사실상 중국의 압력에 북한이 항복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서재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uhjj@kin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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