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길 비켜주기

 ‘오라클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Clear the way, Oracle’s here).’

 지역 최대 유력 일간지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최근 비즈니스 섹션 톱기사 제목이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은 ‘오라클 오픈월드 2006’이 열리는 모스코니센터 앞 하워드가와 4번가 일부 차로를 막고 이곳을 식당과 리셉션 부지로 제공했다. 행사장 주변에 배치된 교통경찰 역시 도보로 이곳을 오가는 참가자 위주로 차량 통제를 한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빨간불이어도 참가자들이 서 있으면 차량을 막고 이들을 먼저 건너게 해주는 식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시민은 기꺼이 길을 ‘비켜준’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시내 웬만한 식당의 입구와 메뉴판에는 어김없이 ‘행사 참가를 환영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오픈월드가 열리는 이번 한 주간 매일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이 지역 택시요금은 공짜다. 메이시 등 시내 주요 백화점도 11%씩 할인 판매한다. 물론 모두 행사 ID카드를 소유한 사람에 한해서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이번 오라클 오픈월드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은 총 4만2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 시내 호텔 객실 1만6000개가 이미 동난 상태다. 그랜드 하이엇을 비롯해 힐튼·매리어트 등 이 지역 주요 특급호텔 총 9곳은 24시간 오라클 관련 프로그램만 방영하는 특설 케이블TV 채널까지 전 객실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오라클이 쓴 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300억원. 이에 따른 쇼핑·숙박·관광·고용 등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6000만달러(약 600억원)에 이른다는 게 샌프란시스코시 전시·관광국의 추산이다.

 이곳 시민들이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이유다. 수고와 불편을 고스란히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서울시가 삼성동 코엑스에서 행사를 갖는 일개 업체를 위해 영동대로나 봉은사로의 한두 차로를 막아 행사장 부대공간으로 제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경찰이 행사장을 도보로 오가는 참가자들의 동선 확보를 위해 주변 도로의 신호와 관계없이 차량 흐름을 막는다면 또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샌프란시스코(미국)=컴퓨터산업부·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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