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남산 해 질 녘, 며칠째 안개인지 먼지인지 모를 뿌연 하늘에 가슴이 답답했다. 흐∼읍, 세상이 제 아무리 복잡한들 당장 숨 쉬는 것보다 급할 게 있을까. 숨 가쁘게 뛰어다니던 사람을 덜컥 공기 없는 곳으로 내던진다면? 길어야 이삼 분!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그 단순하고 자연스런 호흡이 왜 이리 불편해졌을까.
우리가 ‘산소’만 마시나. 제대로 볼 수도, 셀 수도 없을 만큼 작은 것(나노입자)들이 산소와 함께 이리저리 둥둥 떠다닌다. 상대적으로 먼지가 많은 도시에서는 공기 1ℓ에 100나노(10억분의 1)미터 이하 분자가 약 2000만개나 섞여 있다고 한다. 온갖 분자들이 공중을 떠돌다가 우리 폐로 들어오고, 때로는 세포에까지 스며든다.
실제로 냄새가 나지 않는 유기염소화합물(살충제)인 ‘디디티(DDT)’는 1940년대부터 과일, 채소, 새, 물고기 등을 거쳐 우리 몸으로 들어와 쌓였다. 곤충의 신경세포에 작용해 살충효과를 내듯 사람의 지방 세포에 조금씩 쌓여 질병을 일으켰던 것으로 의심된다. 공사장에서 펄펄 날리는 석면가루도 웬만한 입마개를 그대로 통과한 뒤 폐로 스며들어 암을 유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3월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 연구팀이 탄소나노튜브 0.1∼0.5㎎을 쥐의 폐에 넣었는데, 탄소나노튜브가 서로 뭉쳐 ‘독’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듀퐁사도 탄소나노튜브를 쥐 폐에 넣어봤는데, 열에 1.5마리(15%)가 숨졌다.
나노입자들은 물질의 기본 성질을 결정할 정도(분자)로 작기 때문에 다른 물질이나 조직에 쉽게 섞인다. 바람에 실려 쉽게 이동하고, 웬만해서는 없어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아직 어느 게 독이고, 어느 게 약인지 모른다. 그 ‘잠재적 위험’에 본격적으로 접근(연구)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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