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미국 9·11테러 당시 우리 시각 9월 10일, 밤늦게 일과를 마치고 귀가해 평소대로 뉴스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았다. 그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항공기가 뉴욕 명물인 110층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을 강타하는 것이 아닌가. 실수로 영화채널에 잘못 맞춘 것으로 착각하고 다른 채널로 바꿔 보았지만 실제 상황임을 알려주는 자막을 보고 ‘저럴 수가?’ 하면서 경악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날 TV에 나타난 영상은 내가 평소 알고 있는 세계 초강국 미국의 모습이 아니었다. 흥분한 뉴스 앵커의 목소리처럼 미국 경제의 상징 뉴욕은 한순간 아수라장이 됐고 뉴요커는 아비규환 속에 빠져있었다.
9·11테러가 발생한 지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렸다. 사고 이후 매년 9월 미국에서는 희생자 추도식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또 그 끔찍한 테러사건을 조명하는 각종 특집 프로그램도 방영된다.
사고 후 반응도 다양하다. 모두 이 테러 결과에 조의를 표하면서도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등 현재 미국에는 여러 가지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이 글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극단적인 시각차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의견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때로는 미묘하고 격정적이다. IT부문에도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 예로 ‘정보화 우선론자’와 ‘정보보호 우선론자’ 사이 가치관의 차이를 들 수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전자정부 31대 과제 중 하나인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는 경찰 수사·검찰 결정·법원 재판·법무부 집행 등 일련의 형사사법 절차를 디지털화하는 사업이다. 정보화 우선론자는 이 사업으로 4대 기관 간 업무가 표준화·전자화됨으로써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이 혁신되고 대국민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사업에 대해 정보보호 우선론자의 생각은 다르다. 특히 관리 부주의에 따른 심각성을 지적한다. 민감한 범죄정보가 관리 부주의나 해킹으로 유출될 확률이 높아지고 범죄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그 유출로 인한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보화의 양면이다. 긍정적인 면이 있으면 부정적인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 우리 인류의 지난 반세기 정보화 역사를 회고해 보면 나 홀로 PC시대에서 부서 내 정보화, 조직 내 정보화를 거쳐 인터넷 등장으로 본격적인 조직 간 정보화시대가 됐다. 이런 정보 공유 범위의 지속적인 확대는 우리 삶을 바꿔놨다. 이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보고 싶은 영화 티켓을 구매하며 그리운 친구와 채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관리부주의나 해킹 발생 시 그 위험부담 또한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보보호 우선론자들의 제동, 정보화 우선론자들의 대책 마련 및 추진 등과 같은 사이클 반복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가치관 차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모든 것을 감안해야 한다. 옹호론자나 반대론자 모두 사업이 잘 되기 바라는 마음은 같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보화 우선론자는 보호 우선론자가 지적하는 우려 사항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보호 우선론자 역시 정보화로 인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기득권 상실 등을 훌훌 털어버리는 열린 자세가 필수다. 이와 함께 정보보호 침해에 보험제도 도입 등 근본적인 인식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다.
돌이켜 보면 정보화 우선론자와 정보보호 우선론자 간에는 끊임없는 논쟁이 반복돼 왔지만, 역사는 정보화 선두 국가나 기업이 항상 우량 국가, 우량 기업이 됐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음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한다.
◇오재인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jioh@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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