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W사업을 하는 대표들끼리 만나 하는 우스갯말이 있다. “IT가 뭐의 약자인지 알아?” “뭔데?” “이젠 틀렸다의 약자야.” 그 말을 듣고 모두 씁쓰레한 웃음을 짓는다.
기업용 솔루션사업이든 개인용 패키지 SW사업이든 경영이 어려운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어느 회사를 봐도 속시원히 돌아가는 곳이 없고, 누구를 만나도 잘될 방도가 대체 ‘무엇’이냐는 질문뿐이다.
한때는 각광받았던 개발사도, 우수한 제품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도 모두 힘들다고만 한다. 더욱 노력해 좋은 SW제품을 출시해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할 뿐이다. 도대체 왜 우리 SW산업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컴퓨터에 관심 있는 많은 젊은이로 하여금 성공을 꿈꾸게 한 SW였지만, 20여년이 지난 요즘은 어떠한가. 전 국민 모두가 휴대폰이 있고, 집집마다 초고속 인터넷이 돌아간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수많은 뉴스와 정보가 쏟아지며 온라인이나 모바일·콘솔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소비자를 둘러싸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고작 3개의 TV 채널에 의존해야 했지만, 요즘은 케이블방송·DMB 등의 등장으로 서비스되는 채널만 무려 15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SW는 아주 유용하고 우수한 제품이니 사용하세요’라고 말해봤자, SW에 더 할애할 시간도 돈도 없는 소비자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개인용 패키지 SW 경쟁자는 선진국 SW가 아니라 미디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료로 SW를 준다고 해도 이제는 소비자들이 반기지 않는다. 공짜가 아니다. 사용자는 시간이라는 비용을 치러야 쓸 수 있다. 길고 어려운 매뉴얼을 공부하기에는 소비자들이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이제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쓰이는 하나의 도구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서비스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바쁘고 할 일 많은 소비자들이 좀더 간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로 인해 유용한 이득까지 얻을 수 있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이어 오픈마켓 등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젠 패키지SW가 개인에게 다가가려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고 돈을 벌어주는 SW가 되도록 접근해야 할 것이다.
기업용 솔루션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불경기라 정보시스템 투자에 덜 투자하고 SI업체의 발주체계에 문제가 많아서 그런가. 사실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그동안 산업현장의 경영진에게 그 많은 미사여구로 정보화의 기대를 얼마나 심어 주었던가. 그러나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또 다른 고객을 찾아 나서는 데 골몰해 기존고객의 사후관리에 실패했다. 매출과 기업규모가 10배 이상 증가한 기업이 같은 인원에 무리 없이 가동되고 있어도 그것이 정보화 덕분인지 아닌지 아무도 정량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요즘과 같은 불황의 시대에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따라 하는 정보화거나 가을철 보약 지어먹듯 정성적 효과만을 기대하는 정보화는 적극적 투자유발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이제 오픈 시스템의 붐과 함께 정보화를 추진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기업 정보화 추진을 담당하는 솔루션 및 SI기업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판매자의 위치에서 그칠 것이 아니다. 유지보수 운영에서 철저한 사후관리로 납기 ○일 단축, 의사결정 빠르기 ○일 단축, 회계결산 ○일 단축, 운영인원 ○명 감소 등 가시적이고도 실증적인 인덱스를 보여줘 기업 경영자에게 확실한 ROI(Return On Investment)를 제시해야 한다.
또 정보화의 가시적 효과를 스스로 느끼도록 하는 사용자 위치에 설 때가 됐다. 이 방법만이 기업 솔루션과 SI업체의 활성화 대책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이것을 어려운 일로만 치부한다면 법도 개정해보고 단체가 모여 국가 정책에 몇 가지 새로운 안을 내놓더라도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언제까지 ‘내 제품이 참 좋소이다’라고만 할 것인가.
◇김상배 세중나모 사장 sbkim@nemo.com



















